세금 착오로 조흥은행과 강원은행의 합병 주주총회가 연기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강원은행이 현대종합금융을 합병하면서 국세청에 내야하는 농특세 등 세금
8백60여억원을 차감하지 않은채 강원은행의 순자산가치를 계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강원은행의 자산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발생했기 때문에
조흥은행과 강원은행은 1대 9.5870으로 확정했던 주식합병비율을 다시
정해야 한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도 다시 산정해야 한다.

합병은행 출범도 연기될 수밖에 없다.

세금을 빠트리는 실수가 두 은행의 합병을 가로막아 버렸다.

<> 사태발생원인 =강원은행이 현대종합금융을 흡수합병하면서 발생한
청산소득에 대한 세금이 문제가 됐다.

조세특례제한법(제49조)에 따라 은행이 구조조정차원에서 다른 금융기관을
합병할 경우 청산소득에 대한 법인세는 면제된다.

그러나 법인세에 대해 부과되는 농특세(법인세의 20%)와 가산세(농특세의
10%)는 합병등기일로부터 3일 이내에 납부해야 한다.

강원은행은 농특세와 가산세를 내지 않고 순자산을 계산했다.

강원은행 관계자는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농특세나 가산세도
내지 않는 것으로 알았다"며 "조흥은행과의 합병을 위한 과도기적인 조치로서
현대종합금융을 합병하다보니 세금부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금 문제는 국세청이 강원은행에 고지서를 발송하면서 터져 나왔다.

<> 얼마를 세금으로 내야 하나 =현대종금의 청산소득은 현대종금 주주들에게
교부된 주식의 총액(액면가기준 1조8천5백43억원)에서 현대종금의 자기자본
(4천4백60억원)을 뺀 1조4천83억원이다.

청산소득에 부과되는 법인세 3천9백43억원은 면제되지만 농특세(7백89억원)
와 가산세(79억원) 8백68여억원은 세금으로 징수된다.

강원은행의 순자산가치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조흥은행과의 합병비율을 결정할 당시 강원은행 순자산은 1천6백25억원
이었다.

<> 파장 =1대 9.5870의 비율로 합병될 것이라는 발표를 믿고 주식을 매매
했던 주주들은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됐다.

합병비율이 바뀔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원은행의 순자산가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합병비율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도 조흥은행(주당 7천4백48원)과 강원은행(주당
1천2백52원) 모두 바꿔야 한다.

매수청구권을 행사할수 있는 기간도 무기한 연기됐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으로 엉켜버렸다.

7월19일로 예정됐던 조흥은행과 강원은행의 합병은행 출범식도 무기한
연기됐다.

조흥은행의 한 관계자는 "합병비율 재산정과 이사회 승인, 합병주주총회
등의 절차를 또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에 합병은행 출범이 언제 가능할지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