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로 예정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본공사가 상당
기간 늦춰질 전망이다.

한국정부와 KEDO간의 차관공여협정 서명이 당초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는데다
국회비준 절차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전력과 KEDO간의 주계약도 "산넘어 산"이다.

전체 가격협상에선 큰 줄기가 잡혔지만 하청업체들과의 상세계약에선 상당
부분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 정부와 KEDO간의 차관공여협정은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현재 서명만 남겨둔 상태다.

경수로기획단 관계자는 "협정에 서명하기까지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
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국회의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여야는 현재 "KEDO를 통한 경수로 지원"의 전체적인 틀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그러나 분담금 조달 방안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더구나 현재 여야는 "옷 로비"사건 등으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국회동의 지연으로 본공사 착공에 차질을 빚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은 이달초 "분담금 10억달러"에 관한 협정을 중의원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승인하는 등 국내 절차를 신속히 진행중이다.

<> 재원조달 방안 =한국이 부담해야하는 비용은 모두 32억2천만달러(3조5천
억원, 달러당 1천1백원 기준)다.

경수로 건설에 6~7년이 소요된다고 보면 매년 5천억원 이상의 재원이 마련
돼야 한다.

정부는 재원마련을 위해 전기료에서 3%의 경수로 분담금을 갹출키로 했다.

단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 "사정이 호전될 때까지" 실제 분담금
징수는 유예할 계획이다.

당장 필요한 재원은 남북협력기금에서 빌려 쓴후 향후 분담금을 징수해 갚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 여야간 쟁점 =KEDO가 북한에 지어주는 발전소는 엄연히 "유상"이다.

북한은 경수로 완공후 3년거치 17년간에 걸쳐 46억달러에 달하는 경수로
건설비용을 단계적으로 KEDO에 상환해야 한다.

문제는 북한이 경수로비용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이에 따른 부담을 누가
지느냐 하는 것.

북한의 채무상환문제는 KEDO-북한간의 별도 협상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북한의 상환 가능성 등을 문제삼아 "차관이 아닌 사실상
의 무상지원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재원조달방안과 관련,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전기료 인상방안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반대의사를 표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한국이 주체인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논리다.

<> 경수로 기초공사의 진척상황 =지난 97년 함경남도 금호지구에서 부지정지
작업(기초공사)이 시작된 이후 하루 평균 2백여명의 남북근로자가 공사에
투입됐다.

현재 기초공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이며 앞으로 본공사가 시작되면 공사 진척
에 따라 <>발전소 건설 <>원자로 이전 <>송배전망 구축 등이 단계적으로 이루
어진다.

이중 송배전망 구축은 3~4년후에 시작될 예정이나 북한 스스로의 부담으로
공사를 진행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난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