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제일 외환 등 3개 은행에서 적발된 일부 은행원들의 외화거래 횡령
사건은 비단 이들 은행에만 국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환란으로 97년말부터 자유변동환율제가 실시되면서 이런 비리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지적이다.

하루에도 환율이 1백원 가까이 움직이고 많게는 5~6차례씩 기준환율이
변경 고시됐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시간차 공격"으로 환율차이를 따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금감원은 올 1월 신한은행이 자체 감사에서 적발한 사건을 계기로
외화비리에 대한 조사를 전체 은행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런 사례가 자유변동환율제를 실시하는 선진국에서도 비일비재한 점을
감안, 차제에 비리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번에 적발된 외화비리는 은행 지점장과 거래기업이 짜든지, 은행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간단히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것이었다.

문제는 은행의 내부통제와 감찰이 얼마나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신한은행의 M지점장은 평소 거래하던 외국계 A기업과 짜고 정상 고시환율
보다 훨씬 높게 외화를 거래한후 나중에 정정거래를 내는 수법을 썼다.

이들은 작년 1월 고시환율이 달러당 1천6백54원인데 이보다 76원 높은
1천7백30원에 65만4천달러를 거래했다.

그날 오후엔 정상환율로 정정거래를 해 간단히 4천9백만원의 차익을 챙겼다.

신한은행측은 "외화거래 정정은 흔한 일이지만 M지점장이 차익을 거래기업
의 별도계좌로 입금시켜 문제가 됐다"며 "그가 커미션을 챙겼는지는 확실치
않아 경찰에 고지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의 경우는 지점의 과장급 직원이 하루 수차례 고시환율 변동을
틈타 차익을 챙긴 케이스.

이 직원은 은행이 고객에게 고시환율보다 싸게 달러를 파는 할인환율을
이용, 작년에 세차례에 걸쳐 1천4백만원을 횡령했다.

고시-할인환율 차이는 기껏해야 2~7원정도여서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외환은행은 외화거래 취소리스트를 대조하는 과정에서 이를 적발했다.

이번 외화비리는 은행원의 직업윤리와 관리감독에 문제가 있는 가운데
내부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얼마든 재발할 여지가 있다.

자체감사에서 비리를 적발한 은행들은 차라리 내부통제시스템이 잘 작동한
편이란 지적이다.

금감원은 은행이 직원들의 비리를 아예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오형규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