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의 경품 과열경쟁이 정부 당국의 거듭된 자제요청과 내부 협약
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롯데 현대 등 대형백화점들은 창립기념행사를 계기로 최근 자동차 수십대
를 경품으로 내건 판촉공세에 돌입했다.

또 애경 등 중형백화점들도 아파트 등 각종 판촉물을 앞세우고 고객확보
싸움에 가세, 백화점업계의 경품경쟁은 확대일로를 치닫고 있다.

특히 이번의 경품 경쟁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제 요청을 받아들여 백화점
판촉담당 임원들이 최근 과열 경쟁을 하지 않기로 약속한 직후에 터져나와
내부협약의 실효성마저 의심케 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창립 20주년을 기념, 7~13일까지 구매고객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EF쏘나타, 레간자, 뉴무쏘 디젤, 카렌스 각 5대씩
총 20대의 자동차를 주는 대규모 사은행사를 시작했다.

현대도 창사 28주년을 기념해 사은행사를 펼치며 모두 21대의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7~13일 EF쏘나타, 티뷰론 터뷸런스, 카렌스를 각각 1대씩 매일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애경백화점은 자사 3층 이벤트홀에 모델하우스를 지은 뒤 12일
까지 이곳을 방문한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33평형 아파트 한 채를 경품으로
주는 행사를 진행중이다.

백화점들은 보통 세일기간중 경품을 내걸었으나 최근엔 사시사철 때를
가리지 않고 경품행사를 벌이고 있다.

경품경쟁은 대형백화점들이 선도하고 있으며 경품의 종류도 아파트와
고급외제승용차가 나온 지난해 말 이후 한때 가격대가 낮아지는듯 했으나
이제는 중형승용차로 다시 높아지고 있다.

백화점업계의 경품경쟁은 할인점에 이어 전자상가 수퍼 의류쇼핑몰 등
다른 유통업체까지 확산돼 유통업계 전반의 과열경쟁과 수지악화를 부추긴다
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백화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품은 백화점의 이익을 오히려 깎아먹는다"
면서도 "빅3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출경쟁이 워낙 심해져 경품행사에 가세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경품은 현재 공정거래법상 행사기간 매출액의 1% 이내에서 내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김두종 백화점협회 상근부회장은 "현재 백화점업계의 경품규모는 매출액의
0.6% 수준으로 위법사항은 아니다"면서 "외국에서는 아예 경품에 대한 제한
규정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또 "과열경쟁을 없애려면 각사가 자제하는 수 밖에 없다"며
"협회 차원에서 자율규약을 맺거나 벌칙금 등을 부과하면 또다른 담합행위가
돼 위법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 강남의 모백화점 K사장은 "백화점업계의 과당경품 경쟁은
협력업체에 부담을 전가시키고 소비자들의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부작용이
크다"고 실토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는 업계 전체의 수익을 깎아먹을수 밖에 없다"고 지적,
"한시바삐 소모성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