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가 베일속에 가려진 세계경제의 적이다."

가장 잘 달리고 있는 미국경제가 아시아나 중남미경제보다 더 세계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잠재위험 요소로 꼽히고 있다.

미국은 지금 기업.가계의 소비활동이 워낙 강해 인플레압력이 턱밑까지
차올라 있는 상태다.

이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금리인상시 세계경제가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미셸 캉드쉬 총재는 2일 "미국의 내수 강도가 현
상태로 유지된다면 조만간 인플레압력이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지적
했다.

그는 "총수요가 모든 분석기관들의 평균 예상치를 상회하는 추세로 늘고
있으며 실업률은 3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진단을 덧붙였다.

미국의 정책당국자나 세계금융시장에 대해 인플레우려를 가볍게 보지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물가불안을 시사하는 경기지표나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빈도를 더해가고 있다.

미 상무부는 이날 지난 4월중 미국내 신규주택 판매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가운데 부동산 가격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최근 1년간 미국의 소비증가율(5.5%)이 경제성장률(4%)을 웃돌
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뒤이어 곧바로 나온 것이다.

상무부에 따르면 4월중 신규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9.2% 증가했다.

연율로 환산할 경우 판매량은 97만8천 채에 달했다.

지난해 11월의 98만5천채 이후 사상 두번째로 많은 규모다.

상무부는 최근 중장기 주택자금 대출금리가 크게 하락, 주택수요를 부추겼
다고 풀이했다.

30년만기 주택자금 대출금리는 지난 3월에는 연 7.04%였으나 4월엔 6.92%로
하락했다.

뉴욕 월가의 경제전문가들은 당초 본격적인 여름비수기에 앞둔 4월 신규주택
판매가 감소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예상이 빗나가면서 이들은 FRB가 인플레압력을 낮추고 경기를 조절
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FRB관계자들도 4월의 경기지표들은 인플레에 대처해야 하는 자신들에게
아주 "곤란한" 징조들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리치몬드연방준비은행의 알프레드 브로더스행장은 "경기가 분명히 과열되고
있다"면서 "이달말 열리게 될 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은행간
단기금리의 인상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FRB는 현재 연방기금금리를 연 4.75%로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금융불안에 따른 국제적인 신용경색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11월사이에만 세차례나 금리를 떨어 뜨렸었다.

그러나 "러시아 요인"은 약해지고 미국내에서 인플레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금리인상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그에따라 미국내 소비가 급감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세계경제가 휘청거릴수 있다고 우려한다.

< 박재림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