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일 러시아와 몽골 국빈 방문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
귀국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순방의 의미와 성과를 설명했다.

김 대통령은 회견에서 "머지않아 남북관계가 진전될 것으로 본다"며 "남북
정상회담이건 장관급 회담이건 합의가 이뤄지는 대로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러시아와 미래지향적이고 건설적인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등 4강 외교를 완성시켰다고 평가했다.

-남북관계가 진전될 조짐이 있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아직 단언할 수는 없지만 머지않아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일이 잘되게 하기 위해서는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좀 더 시간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이 점을 이해해 달라"

-햇볕정책에 대한 4대 강국의 지지가 한반도 주변 정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해방 이후 처음으로 우리가 한반도 정책을 주도하게 됐다.

북한도 겉으로는 우리의 햇볕정책을 비판하고 있지만 이에 역행하지는 않고
있다.

북한은 올 하반기에 대화를 갖자고 제의했다.

인내심과 성의를 갖되 방심하지 않고 확고한 안보 체제를 유지하면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페리 조정관을 통해 북한에 전달한 구두 메시지는 어떤 내용이었나.

"남북간에 서로 평화를 유지하고 협력하자는 내용이었다.

절대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해선 안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고급옷 로비 의혹사건과 관련, 김태정 법무부장관이 법적 책임 여부와
상관없이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우선 정권의 지도층 가족 때문에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차관급 이상 공직자의 임명장을 수여할 때
부인들을 참석시켜 특별히 주의를 줬는데 이런 일이 생겨 가슴 아프다.

이 문제는 투명하게 유리 속을 들여다 보듯이 처리하겠다.

책임이 있는 사람은 지위고하와 친소를 막론하고 단호히 처리하겠다.

김 장관 문제는 수사 결과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다.

수사 결과 부인의 잘못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잘못이 없는데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인사를 하면 후환이 남을 것이다.

투명하게 조사하도록 지시했고 조사결과에 따라 이 문제를 처리하겠다.

이번 일이 우리 정부에 큰 경종을 울렸다는 것이 불행중 다행이다.

또 이번 문제로 정부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 33%는 무조건 해임해야 한다고 답변했고 65%는 조사해서
법적으로 하자가 있을 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민 여론도 나의 생각과 일치한다고 본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과거 정권처럼 남북정상회담에 매달리지 않겠다.

준비하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