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벽력.

맑은 하늘에 느닷없이 내리치는 벼락이다.

우리말로는 날벼락이다.

아무도 예기치 않은 일이라서 당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놀라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유난히도 화창했던 지난 21일.

5만명이 넘는(98년3월말 현재) LG증권 소액주주들은 그들의 표현대로 이런
"날벼락"을 맞았다.

LG증권은 이날 "동일계열인 LG종합금융과의 합병가능여부를 검토중"이라고
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잘나가던 LG증권 주가는 이틀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신문사에는 분노를 삭이지 못한 소액투자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LG증권을 보고 투자했지 LG종금은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하소연파".

"대주주가 이렇게 횡포를 부려도 되는 것이냐"는 "항의파".

"LG증권 대주주에게 계란세례라도 퍼붓고 싶다"는 "행동파"...

LG증권 주식을 2천주나 갖고 있다는 한 여성투자자는 "소액주주를 무시하는
대주주는 시장에서 보복받을 것"이라고 쏘아부쳤다.

LG증권의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장 주도주로 다시 떠오르던 증권주의 동반하락으로 이어졌다.

LG증권이 하한가를 기록한 이틀동안 증권주 지수는 2백72포인트(9.3%)나
폭락했다.

종합주가지수도 3.3% 하락했다.

반등을 모색하던 증시가 LG증권의 회오리에 휘말린 셈이다.

24일에 700선이 무너지는 원인이 됐다는 지적까지 일부 제기됐다.

"나도 언젠가는 저런 날벼락을 맞을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증시에 대한
불신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LG증권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주가하락에 따른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매수청구권을 행사하거나 주주총회에서 반대의사를 표시할 수 있으나 사실상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매수청구가격이 싯가보다 낮게 형성되는게 보통인데다 주총에서의 반대도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LG증권과 LG종금의 "합병"은 대주주에 의한 우량금융기관과 부실금융기관의
짝짓기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그냥둬서는 회생하기 힘든 부실금융기관에 새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방안이라
는 점에서 앞으로도 자주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럴 때마다 우량금융기관에 투자했던 소액주주들은 손해를 볼 것이고
증시에 대한 애정은 실망과 분노로 바뀔 것이다.

< 홍찬선 증권부 기자 hc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