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1889년 바르셀로나 헌책방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악보집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어땠을까.

음악사를 고쳐 써야하는 중대발견인 만큼 벅찬 감동을 느꼈을 터이다.

국악사도 새로 써야 할 일이 생겼다.

산조란 음악형식을 처음 만든 고 김창조(1856-1919) 선생의 가야금산조 원본
이 발견됐기 때문.

이 원본은 김창조 선생의 친손녀인 고 죽파 김난초 선생으로부터 가야금을
배운 양승희(가야금산조 준인간문화재)씨가 발견했다.

그의 감격 역시 카잘스 못지 않았을 게 틀림없다.

김창조 가야금산조는 안기옥(1894-1974) 선생에게 원형 그대로 전수됐다.

그러나 안 선생이 월북하면서 국내에는 원형이 남지 못했다.

할아버지로부터 1년반동안 산조가락을 배운 죽파선생이 죽파류 산조를
발전시켰지만 원본과는 다른 모습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하늘은 국악인들의 염원을 외면하지 않았다.

중국 옌볜예술학교의 김진 교수가 평양음대 교수로 있던 안기옥 선생을 찾아
57년부터 3년간 김창조 산조를 배우고 악보와 녹취테이프, 관련자료 등을
수집했던 것.

지난 90년 옌볜에서 독주회를 연 양승희씨가 김진 교수에게서 이를
전해받았다.

양씨는 "전공인 죽파 산조를 익힌 뒤 김창조 산조 연주에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해 발표를 미뤄왔다"고 말했다.

작품가치를 연구하고 자신의 연주로 만드는 데 9년이란 시간이 걸린 셈이다.

김창조 가야금산조는 국내에서는 보조역할에 머물고 있는 장고가락을
가야금가락에 대등한 위치로 끌어올렸다는데 가치가 있다.

장고 연주를 위해 가야금가락을 간혹 끊기게 한 것이다.

양승희씨는 "음양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또 매우 남성적인 리듬감을 갖고 있으며 긴장과 이완이 서로 절묘하게
조화돼 있다.

거문고나 대금산조 가락을 곡중에서 엿볼 수 있는 점도 특징.

양씨는 다음달 7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김창조 산조를
초연한다.

죽파류 산조도 함께 연주할 예정.그는 최근 김창조 관련 연구논문과 악보를
담은 "김창조와 가야금산조"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02)518-7343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