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이나 기업이 가져오는 큰 돈은 사양합니다"

시중의 자금사정이 넉넉해지면서 은행들이 거액의 기관성 예금을 사절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맡기는 돈은 아예 받지 않거나 예금금리를 낮추고 있다.

일반기업에 대해서도 개인고객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차별 영업을 하고
있다.

기업들의 부채상환과 증자대금 유입으로 자금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게 되자
은행들이 거액 예금을 사실상 거절하는 방식으로 수급을 조절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종금사를 비롯한 금융기관이 MMDA(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
예금) 계좌에 돈을 넣지 못하도록 각 영업점에 지시했다.

MMDA 계좌에 일주일 이상 돈을 맡기면 연 5% 정도 이자를 줘야 하기 때문
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일주일 정도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곳은 콜시장 밖에
없다.

콜금리는 연 4.7%에 불과하기 때문에 역마진이 발생한다.

조흥은행은 또 일반기업이 예치하는 MMDA 금리를 개인고객보다 훨씬
낮추었다.

예를들어 기업이 1억원 미만의 돈을 MMDA 계좌에 예치하면 이자를 주지
않는다.

"MMDA 계좌에 돈을 넣지 말고 보통예금에 입금시키라"는 것이다.

조흥은행은 기업의 MMDA 예금이 1억원을 넘을 경우에만 연 4.5%의 이자를
준다.

반면 개인고객에 대해서는 MMDA 예금액이 1천만원에서 5천만원 미만일 경우
연 4%의 이자를 주고 있다.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의 MMDA예금에 대해서는 연 4.5%, 1억원 이상이면
연 5%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개인고객은 은행의 핵심 고객층이어서 역마진이 발생
하더라도 예금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빛은행도 최근 금융기관이 맡기는 MMDA 예금에 대한 금리를 개인고객보다
0.5%포인트 낮추라고 영업점에 전달했다.

한빛은행 강용식 자금부장은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은 기업들이 빚을
갚고 설비투자를 줄여 자금수요가 줄었다"며 "예금을 골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도 거액예금에 주는 특별금리를 없애거나 기관성 예금의 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자금유입을 억제하고 있다.

신한 하나은행 등도 개인고객을 제외하고는 예금을 유치하지 않고 있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