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자금 '후려치기' 속성..투자협상 곳곳에서 '마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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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에서 마찰음을 내는 미국계자금과의 투자협상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대한생명에 대한 투자 타당성을 1년 가까이 검토해온 미국
메트로폴리탄생명이 입찰에 불참하고 뉴브리지캐피털과 정부간 제일은행
매각협상이 진통을 겪으면서 미국계 자금의 "속성"이 자주 거론되고있다.
금융계 일각에선 "미국계와 얘기하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격언"마저
등장할 지경이다.
한국에 들어오는 미국계 자금은 대체로 가격을 후려치는데 익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격을 내건다는 것이다.
포드가 아시아자동차 입찰때 액면가(5천원)이상을 제시하지 않으면 실격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당 1천원을 써낸 예가 대표적이다.
국민은행과 협상중인 골드만삭스도 표면금리 연 6%짜리의 후순위 전환사채를
요구해 관철시켰다가 "해도 너무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전환사채 금리가 만기 1년짜리 정기예금 수준이라니 말도 안된다는 것.
양측은 국민은행 대주주인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투자조건을 계속 협의중
이다.
정부가 직접 나선 뉴브리지캐피털과의 협상도 마찬가지.
이 협상은 미국계 자금이 얼마나 계산에 철저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뉴브리지는 제일은행을 인수키로 했으나 지난 12일 협상시한까지 넘기며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생명도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1년 가까이 정성을 쏟다
막판에 투자의사를 철회해버렸다.
이 기간동안 1천만달러(약 1백20억원)가 넘는 돈을 인수비용으로 지출했지만
자신들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자 과감히 발을 뺐다.
한국기업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국계 자금은 정부채널을 최대한 활용해 "압박전술"까지 구사한다.
보즈워드 주한미국대사가 때만 되면 이헌재 금감위원장 등을 방문해 이런
저런 미국계 자금의 요구를 대변하고 있다.
미국계 자금은 현직대사뿐 아니라 전직 공무원들까지 동원해 치밀한 로비전
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미국계자금의 잇속챙기기에 대다수 국내 전문가들은 지나치다고 지적
하고 있다.
특히 파생상품 손실과 관련해 한국금융기관과 악연을 맺은 JP모건의 이름은
미국계 자금을 비판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미국계 자금의 노하우와 전략을 하루빨리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H은행 국제종합금융팀장인 L씨는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진하는 미국의 기업
문화는 80년대 중반부터 정착돼 북유럽을 거쳐 남유럽과 아시아 등지로 파급
되고 있다"며 "유럽이 상대하기 쉬운 것은 바로 그런 선진문화에 덜 물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돈만 빌리려 한다면 유럽쪽을 보겠지만 노하우와 첨단정보기술(IT)을
익히려면 미국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이태규 국제업무실장도 "미국계와의 거래가 많았기 때문에
문제도 많은 것처럼 비치는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난 60년대에도 미국쪽보다는 유럽쪽 자금지원이 많았던 점을 상기
시키며 역사적으로 형성된 기업문화의 차이를 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60년대 어려웠던 시절 우리를 믿고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한 곳은 독일계였다"며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제일생명을 사기로 한 독일 알리안츠, 서울은행을 인수하는
영국계 HSBC 등과의 협상은 조용히 진행됐다.
실속도 유럽계가 더 챙긴다는 분석도 있다.
협상을 질질 끌다 주가급등기를 놓친 미국계쪽에선 최근 "반성" 분위기가
없지 않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5일자 ).
있다.
특히 대한생명에 대한 투자 타당성을 1년 가까이 검토해온 미국
메트로폴리탄생명이 입찰에 불참하고 뉴브리지캐피털과 정부간 제일은행
매각협상이 진통을 겪으면서 미국계 자금의 "속성"이 자주 거론되고있다.
금융계 일각에선 "미국계와 얘기하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격언"마저
등장할 지경이다.
한국에 들어오는 미국계 자금은 대체로 가격을 후려치는데 익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격을 내건다는 것이다.
포드가 아시아자동차 입찰때 액면가(5천원)이상을 제시하지 않으면 실격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당 1천원을 써낸 예가 대표적이다.
국민은행과 협상중인 골드만삭스도 표면금리 연 6%짜리의 후순위 전환사채를
요구해 관철시켰다가 "해도 너무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전환사채 금리가 만기 1년짜리 정기예금 수준이라니 말도 안된다는 것.
양측은 국민은행 대주주인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투자조건을 계속 협의중
이다.
정부가 직접 나선 뉴브리지캐피털과의 협상도 마찬가지.
이 협상은 미국계 자금이 얼마나 계산에 철저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뉴브리지는 제일은행을 인수키로 했으나 지난 12일 협상시한까지 넘기며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생명도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1년 가까이 정성을 쏟다
막판에 투자의사를 철회해버렸다.
이 기간동안 1천만달러(약 1백20억원)가 넘는 돈을 인수비용으로 지출했지만
자신들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자 과감히 발을 뺐다.
한국기업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국계 자금은 정부채널을 최대한 활용해 "압박전술"까지 구사한다.
보즈워드 주한미국대사가 때만 되면 이헌재 금감위원장 등을 방문해 이런
저런 미국계 자금의 요구를 대변하고 있다.
미국계 자금은 현직대사뿐 아니라 전직 공무원들까지 동원해 치밀한 로비전
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미국계자금의 잇속챙기기에 대다수 국내 전문가들은 지나치다고 지적
하고 있다.
특히 파생상품 손실과 관련해 한국금융기관과 악연을 맺은 JP모건의 이름은
미국계 자금을 비판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미국계 자금의 노하우와 전략을 하루빨리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H은행 국제종합금융팀장인 L씨는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진하는 미국의 기업
문화는 80년대 중반부터 정착돼 북유럽을 거쳐 남유럽과 아시아 등지로 파급
되고 있다"며 "유럽이 상대하기 쉬운 것은 바로 그런 선진문화에 덜 물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돈만 빌리려 한다면 유럽쪽을 보겠지만 노하우와 첨단정보기술(IT)을
익히려면 미국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이태규 국제업무실장도 "미국계와의 거래가 많았기 때문에
문제도 많은 것처럼 비치는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난 60년대에도 미국쪽보다는 유럽쪽 자금지원이 많았던 점을 상기
시키며 역사적으로 형성된 기업문화의 차이를 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60년대 어려웠던 시절 우리를 믿고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한 곳은 독일계였다"며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제일생명을 사기로 한 독일 알리안츠, 서울은행을 인수하는
영국계 HSBC 등과의 협상은 조용히 진행됐다.
실속도 유럽계가 더 챙긴다는 분석도 있다.
협상을 질질 끌다 주가급등기를 놓친 미국계쪽에선 최근 "반성" 분위기가
없지 않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