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2년부터 한국에서 아스피린 등의 약품을 생산해온 바이엘코리아가
한국에서 생산공장을 철수한다.

외환위기 이후 해외자본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외국기업
이 빠져나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바이엘코리아는 현재 부지를 임대해 쓰고있는 경기도 구리시 도농동
공장의 임대계약기간(9월)이 끝나면 한국내 생산공장을 없앨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자체생산중인 6개 품목을 다른 제약회사에 맡겨 위탁
생산하거나 태국에서 생산해 들여올 계획이다.

바이엘코리아 관계자는 "경기위축과 경쟁심화로 제약업계 생산시설의 30%
정도가 남아돌고 있어 생산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약산업과 관련된 당국의 규제가 심한데다 한국내 의약품시장의
유통질서가 문란해 본사 차원에서 한국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엘코리아는 한일약품등 10여개 국내제약사에 공장매각을 시도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성공하지 못했다.

27년동안 한국에서 약품을 생산해온 세계적인 메이커가 한국에서 빠져나
가기로 함에 따라 다른 다국적제약회사들의 동향이 주목된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가경쟁 등으로 시장여건이 최악인데다 당국의
간섭이 지나쳐 다국적제약사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바이엘
코리아의 이번 결정이 다른 외국회사들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바이엘코리아는 국내에서 12개 의약품을 생산해
왔는데 6개품목은 국내 다국적 제약사를 통해 위탁생산했고 6개는 자체
생산해 왔다.

바이엘코리아는 작년에 연간 3백8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근로자 1백80명
중 1백명이 생산직이다.

정종호 기자 rumba@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