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9시 뉴스데스크는 이 방송국의 간판뉴스다.

이번 봄 프로그램개편에서 MBC측은 특히 뉴스데스크 혁신에 역점을
두겠다고 선언했다.

획일적인 뉴스틀에서 과감히 벗어나겠다는 의욕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주 금요일 뉴스데스크에서는 확실히 "다른" 뉴스를 보여줬다.

헤드라인 톱으로 뽑힌 타이틀은 "오양파문의 진상".

연예인 포르노비디오 파문의 당사자로 뉴욕에서 은거중인 탤런트 오현경과의
현지 인터뷰였다.

뉴스데스크 방송에 앞서 "오양 심경고백"이라는 선정적 제목으로 수차례
예고방송까지 띄웠다.

초췌한 모습의 오양은 시종 울먹이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시청자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오현경씨 인터뷰는 일요일 오후 6시부터 방송되는 섹션파워TV
(연예정보프로)에서 자세히 방송된다"는 선전으로 마무리됐다.

이 방송을 보고 각 가정에서는 새삼 "너도 그 비디오 봤냐"는 민망한 대화가
오갔다.

오양 인터뷰에 이어 몰래카메라가 판치는 바람에 시민들의 사생활이
위협받고 있다는 내용도 뒤따랐다.

백화점 여자화장실과 비디오방 몰래촬영 사건 등으로 익히 방송을 탔던
이슈다.

오양 인터뷰를 정당화하기위한 "특집용 패키지"라는 의구심이 일기에
충분했다.

오양 비디오사건이 던진 사회적 파장은 분명히 크다.

엄기영 MBC보도국장은 "사건의 장본인인 동시에 피해자에게 해명기회를 주고
그 저변을 짚어본다는 의도였다"며 "대신 센세이셔널한 접근을 피했다"고
강변했다.

이 방송의 의도와는 달리 다시 한번 오양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에 선정성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닐까.

시청률지상주의의 한 단면을 노출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동안 MBC는 뉴스데스크 직전 일일드라마가 부진한 탓에 뉴스시청률이
떨어져 속앓이를 해왔다.

오양인터뷰는 선정성을 무기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승부수였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 같다.

이번 오양인터뷰를 계기로 개편의 화두로 삼았던 공익성문제를 다시 짚어볼
일이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