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가가 급등하고 있고 내수경기가 피어나고 있지만 한국경제는
내년에 또다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제의 실상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외국인이랄수 있는 다즈워스
대표가 이런 뜨끔한 얘기를 했다고 이틀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보도됐다.

그것도 서울 주재 외교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비공개로 얘기했다고 한다.

요즈음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과 전망이 나라 안팎에서 워낙 분분하다보니
웬만해선 시선을 끌기도 힘든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이 IMF 관리체제에 있는 상황에서 다즈워스 소장의 경우는
다르다.

과천 경제부처 관계자들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즈워스 소장이 말한 "위기재현 시나리오"는 어떤 것인지, 타당성이 있는지
분석해 본다.

정부 당국자들이 다즈워스 시니리오를 반박하면서 내놓은 "선순환시나리오"
와도 비교해 본다.

<> 다즈워스 소장의 경고

다즈워스 소장의 발언은 낙관론에 휩싸인 한국을 향한 강한 경고성 메시지
로 풀이된다.

한국경제가 지금 상승기류를 타고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초저금리->주식시장
활황->기업재무구조 개선.소비심리 확산->투자회복->경기회복->IMF 탈출"의
선순환 과정에서 자칫하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는 점이 더욱
그렇다.

국내 이코노미스트중에도 다즈워스 소장의 견해에 동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신후식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생산에 이어 서비스 부문이 가파르게
성장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은 6~7%에 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올해 원화가치가 40% 정도 절상돼 유가상승등에 따른 인플레(물가
상승) 압력을 흡수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내년엔 이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초저금리 정책으로 미래 연료를 미리 끌어다 경기에 불을 지피고
있는 실정이며 이는 내년 경기운영에 큰 제약요인이 될 것이라는게 그의
견해다.

양두용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 소비 및 금융시장 활황세는
정부의 재정 및 통화확대 정책에 힘입은 것"이라며 곧 정부의 부양정책이
한계에 부닥칠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적자 규모가 임계점에 달하고 금리가 바닥 수준에 도달한데다 부양책이
수입을 늘려 경상수지를 악화시킬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는 "대내적으로 금융활황이 실물경제로 이어지지 않으면 현재의 경기가
버블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국 주식시장 붕괴나 위안화 평가절화 등 대외적 충격이 닥칠 경우
한국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종원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경기 회복세는 수출과 설비투자 등
수요기반의 확대없이 이뤄지고 있어 하반기 이후 경기상승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주체가 IMF 이전의 생각과 자세로 회귀하고 구조조정과 경제체질
개선노력에 소홀히 한다면 위기는 언제든지 다시 올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 분석가들도 "한국의 경기회복세는 기업들이 호경기에 대비해 재고를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경제를 둘러싼 성급한 낙관무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정부 선순환 시나리오

"다즈워스의 시각은 많은 시나리오중 하나일수는 있어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결코 아니다"

다즈워스의 언급에 대한 정부부처나 관변이코노미스트들의 반응은 대략
이렇다.

현오석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무분별한 설비투자증설의 한계를
기업들이 인식하고 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기업들이 위기를 겪으면서 장기적으론 생산성향상 정보화 기술개발
(R&D) 투자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조만간 이런
작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활발하게 창업되고 있어 이 추세대로 나가면
성장이 되고 경기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는 전망했다.

정부는 재정적자로 인해 경기부양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미 상반기에 재정의 70%를 투입하기로 한 만큼 하반기 이후에는 재정에
경기진작역할을 기대하지 않는다는게 정부입장이다.

산업자원부 이석영 산업정책국장은 "다만 재정은 상반기중에 경기를
펌프질하는 역할을 기대했을뿐 하반기부터는 기업들의 투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재경부의 현오석 국장은 "오히려 지금이 경제체질을 바꿀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우선 예전처럼 연 7~8%대의 거품성장을 원하는 경기부양요구가 더이상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라는 시각이다.

또 대기업들은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생산성을 높이고 체질을
강화할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정부는 더이상 금리를 낮추거나 재정을 투입하는등 거시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업들이 충실히 구조조정을 하도록 주변여건을 만들고 고성장에
대한 기대를 접어두면 4~5%대의 견실한 성장을 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과잉설비와 인력부문의 구조조정에 실패할
경우 다즈워스 소장이 얘기처럼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 투자 수출 등 경기를 떠받치는 3가지 요인중 가장 핵심은 기업의
투자.구조조정을 하지 못해 생산단가가 여전히 높은 기업은 매출을 늘리거나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된다.

반면에 구조조정을 제대로 한 기업은 비용이 줄어든 만큼 경쟁력이 높아져
시장을 확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