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문화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민족은 예외없이 차 마시기를 즐겼다.

조선시대의 대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술 마시기를 즐기는 나라는 망하고
차 마시기를 좋아하는 나라는 흥한다"고 말했다.

차는 동백나무과의 다년생 상록 관목으로 아시아 남부의 아열대 지방이
원산지다.

인류가 차를 음용하기 시작한 것은 5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에는 신라 흥덕왕때(828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종자를 들여와 지리산에 심은게 시초라고 전해진다.

민간 의약용으로 애용됐던 녹차가 상품으로 대중화된 것은 80년대부터다.

전남 보성 강진등의 일부 재래 농가에서 소규모로 재배돼 왔던 녹차는
태평양이 녹차시장에 진출하면서 대량 생산의 길이 열렸다.

그 이후 녹차시장은 연간 외형이 매년 평균 10% 이상씩 성장할 정도로 고객
저변이 꾸준히 넓어져 왔으며 올해는 시장규모가 3백5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최대메이커인 태평양은 점유율 60%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동서식품 국제식품
녹차원등의 업체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차나무는 심은뒤 4~5년이 지나면 수확이 가능해진다.

연간 3~4차례 잎을 딸수 있으나 이른 봄에 따는 1번차(첫물차)를 최상급으로
친다.

6월에 딴 게 2번차, 8월에 채취한 것을 3번차라고 부른다.

차는 제조과정에서 발효 정도에 따라 불발효차 발효차 후발효차로 분류한다.

불발효차는 차잎을 솥에서 덖거나 쪄서 잎의 산화 효소를 불활성화시켜
고유의 색과 맛이 유지되도록 한 것이다.

녹차가 여기에 해당한다.

차는 예부터 약재로 쓰일 만큼 뛰어난 효능을 갖고 있다.

폴리페놀 비타민B 비타민C 비타민E등 영양소가 듬뿍 함유돼 있다.

떫은 맛을 내는 카테킨 성분은 성인병이나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 산소를
제거해 준다.

녹차는 전립선암등 암을 예방하는데도 뛰어난 효능을 발휘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순재(효성가톨릭대) 교수는 "카테킨은 당뇨환자에서 동반되는 심혈관계
질환 및 노화방지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3년전 일본에서 식중독균의 일종인 O157균이 맹위를 떨쳤을 때 일본의
백화점과 유통업체들의 차코너는 녹차를 사려는 고객들이 부쩍 늘어 때아닌
특수를 톡톡히 누리기도 했다.

녹차는 또 차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입냄새를 없애준다.

제과업체들이 입냄새를 없애주는 껌이라고 판매하는 제품들에는 모두 녹차
성분이 들어있다.

녹차는 술이나 담배 냄새를 없애주는 효능도 뛰어날 뿐 아니라 술마신 후의
숙취제거에도 좋다.

최근에는 녹차를 이용한 다양한 가공식품과 음식이 잇달아 쏟아져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덖음차를 우려낸 물에 소금으로 간을 해 밥을 지으면 소화가 잘되는 차밥이
된다.

"명죽"으로 불리는 차죽은 스태미나식으로 좋다.

녹차, 소주 칵테일, 돼지고기 차볶음, 차 라면, 가루차 통밀 수제비, 가루차
아이스크림, 녹차 김치등은 독특한 맛을 내는 건강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최인한 기자 jan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