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25대 무령왕은 미스테리 투성이의 대왕이다.

태어난 곳이 밝혀지지 않은 무령왕은 사마대왕이라고 불린다.

그는 백제와 일본을 넘나들면서 양국교류의 획기적인 선을 그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 71년 그의 무덤이 발견되면서 한국고고학은 새 장을 펼치게 되었다.

은제탁잔(국립공주박물관소장)도 발굴당시 무령왕릉 왕비의 머리부분 남쪽
에서 발견된 술잔이다.

뚜껑과 잔, 잔대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 이 술잔은 고구려와 대등한 지위를
누릴만큼 융성했던 무령왕시대의 백제문화를 잘 보여준다.

특히 금동용봉향로를 만들 정도로 뛰어났던 백제의 금속세공기술의 일단면도
말해주고 있다.

용 3마리가 구름과 함께 잔 전체를 휘감고 있다.

뚜껑 머리에는 물결무늬로 산의 모양이 펼쳐지고 그 사이에 나무와 날개를
펼친 봉황이 새겨져 있다.

뚜껑 꼭지는 8개의 화문을 새긴 얇은 판이 덧붙여지고 중앙에 꽃의 씨방이
연잎에 싸여 우뚝 솟아 있다.

마치 전체적으로 나타난 부드러운 선과 문양이 피안의 세계가 담긴 한편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당시 불교와 함께 도교가 융성했다는 사실을 이 유물을 통해 엿볼 수 있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