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해전만하더라도 기업들은 "몸집 늘리기"에 혈안이 돼있었다.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들여 땅을 사고 공장을 지었다.

고속성장은 이같은 기업들의 비대화를 부추기는 원인을 제공했다.

이런 광경들은 요즘 찾아보기 어렵다.

불경기 탓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론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는 까닭이다.

포스트 빅딜 시대,기업들의 화두는 "유형자산의 초경량화와 무형자산의
극대화"로 요약할수 있다.

규모의 경제시대엔 "많은 자산=높은 경쟁력"이란 등식이 통했다.

그러나 이젠 정반대로, 몸이 가벼운 기업의 경쟁력이 높다는 역설이
성립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와 광속도의 무한경쟁은 경쟁력 원천을 "자산규모"에서
"아이디어와 기술"로 바꿔버렸다.

국가간 돈 흐름이 자유로와지면서 아이디어가 있다면 끌어들일 자본은
얼마든지 있다.

이에따라 보유자산이 보잘것 없는 모스키토(모기)급 기업이 헤비급 기업에
한방먹이는 현상조차 나타나고 있다.

일류기업들은 이미 대차대조표를 경량화하고 무형자산을 늘리는 방법으로
이런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초경량 경영은 국내에서도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보유자산 정리다.

부동산은 더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현대는 지난해 2천억원의 부동산과 설비를 정리했으며 올해는 3천억원어치의
자산을 팔 방침이다.

삼성은 지난해 5천억원의 자산을 매각했으며 올해도 비슷한 규모를 계획하고
있다.

LG는 지난해 자산을 팔아 2조5천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삼성물산이나 한빛은행등은 본사 사옥조차 매각했다.

재고자산의 최소화도 한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상품재고나 설비예비품, 부품 등을 최소화할 경우 그만큼 투자자본을
줄일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조원의 재고채권을 줄였다.

이자율을 10%로 쳐도 연간 3천억원의 비용을 아낄수 있게 된 셈이다.

LG전자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 유통경로를 효율화하는 방법으로 재고자산을
최소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나 포항제철등은 재고관리시스템을 구축, 재고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해 낭비를 없애고 있다.

아웃소싱도 동원된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직접 막대한 돈을 투입, 필요설비를 갖추기
보다는 통째로 전문업체에 외주를 주는 방법이다.

주로 전산분야에서 많이 활용된다.

SK가 IBM에 전산분야 업무를 맡긴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인적 자산의 효율화도 추진되고 있다.

분사 형식이 애용된다.

삼성은 지난 3월말까지 1백95개의 사업과 해당인력을 분사로 떼내 몸집을
줄였다.

현대는 같은기간 78개의 분사를 실시했다.

대우는 32개, LG 31개, SK 11개의 사업을 역시 분리했다.

이런 방식으로 삼성은 지난해 28%, 현대와 LG, SK 등은 각 17%의 임직원을
줄였다.

이를통해 삼성은 2천5백12억원, 현대가 3천7백95억원의 인건비를 아낄수
있었으며 대우와 LG도 2천억원이상의 비용을 줄였다.

기업들은 대신 현금자산과 무형자산을 늘리는데는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이익을 내부유보금으로 쌓아두고 현금으로 운용하고 있다.

웬만한 기업이라면 CFO(재무담당 최고경영자)를 임명해 자산관리를 맡기고
있으며 보유현금을 운용하는 기준도 마련하고 있다.

외화자산의 경우 선물거래소를 이용해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또 특허 실용실안권이나 브랜드가치 등 무형자산을 극대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김인주 전무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보유자산이
GM보다 훨씬 적은데도 주식 시가총액은 몇배 더 많은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무형자산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며 "포스트 빅딜시대의 자산운용은 무형
자산을 극대화하는데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자산운용 효율화 방안 ]

<> 고정자산 : 불요불급한 부동산/설비 매각
<> 재고자산 : 재고자산 및 채권 최소화
<> 인적자산 : 분사/연봉제 도입 등을 통한 생산성 제고
<> 유동자산 : 보유현금확대와 재무투자 원칙 마련
<> 무형자산 : 특허권/실용신안권/상표권 등 무형자산 극대화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