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해외단기차입 규제를 푸는 등 외환거래 자유화를 시행한지 30일로
한 달이 된다.

외환시장개방과 주식시장의 활황세가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시중에 달러가
흘러넘치고 원화가치는 상승하고 있다.

이로인해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단기 투기성자본의 시장교란에 대한
걱정도 나오고 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몇가지 탐탁잖은 징후들은 앞으로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 부작용 징후 =최근 원화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 3월말 달러당 1천2백27원이던 원화가치는 28일 현재 1천1백80원으로
올랐다.

반면 엔화는 요즘 달러당 1백20엔대를 기록하고 있다.

원-엔의 가치비율이 1대10보다 높아지면서 일본과 경쟁하는 수출업종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외환거래 자유화로 달러유입이 늘면 원화가치가 올라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일부 단기투기자금도 국내로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4월 한달동안 외국인 주식자금은 27억달러가 들어오고 19억달러가 빠져
나갔다.

전체적으로 순유입인데다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실물경제가 되살아나 증시호황을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외국인투자
자금은 차익만 챙긴채 썰물처럼 빠져 나갈 수도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투기성 단기자금이 들락날락거리면 금융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염려했다.

<> 외환당국의 시각 =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아직 평가는 이르다는
태도다.

한달여 동안 눈에 띠는 부작용은 없었다는 것이다.

양천식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은 "최근 원화가치 상승은 국가신인도가
높아지고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늘어난 때문"
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까지 해외단기차입을 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고 덧붙였다.

달러가 늘어난 것은 외환자유화조치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별다른 부작용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다만
투기자금의 유입이 있는지 여부를 상세히 살피고 있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어윤대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단기간에 외환유출입이 급격하게 늘 경우
조기경보시스템이 발동된다"고 말했다.

<> 낙관은 금물 =경제전문가들은 정부당국이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별 탈이 없었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박사는 "외환거래 자유화는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 만큼 잠재적인 위험을 갖고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금융팀장은 "국내외 원달러 선물환 가격이 서로
근접해 재정거래를 할 수 있는 여지는 줄었지만 주식부문은 다르다"며
"하반기에 금리가 오르거나 주식값이 떨어지면 상황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사후관리 체제도 철저해질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모집직원중 16명을 아직 다 채우지 못해 업무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환전산망도 한은과 협조 미비로 5월 중순이 돼야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이와함께 외환당국이 독점하고 있는 정보를 공개할 필요도 제기되고 있다.

외환시장이 자율화된 만큼 시장참가자에게도 모든 정보를 제공해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