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화학산업 포기"를 포함한 그룹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던 지난
23일 오전 11시께.

삼성종합화학 서산공장에선 "LIFT 21 혁신사례 발표회"가 열리고 있었다.

유현식 사장이 주재하는 월례 회의였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이 회의엔 본사와 서산의 임원 및 간부 등 모두
4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 분위기가 진지해선지 통합협상을 벌여온 현대가 석유화학에서 손을
떼기로 한 소식은 유 사장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유 사장은 오후에는 공장을 돌며 혁신사례가 적용된 공정과 설비를 점검
했다.

뒤늦게 "소식"을 들었지만 담담한 표정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만 신경쓰면 된다"며 "통합협상 같은데
현장 엔지니어들까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마침 혁신현장 참관차 서산공장에 와있던 기자들이 "유화 빅딜"의 전망에
대해 묻자 그는 "기업가치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통합협상을 벌인다는
원칙이나 일정에서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NCC 공장의 에너지투입도를 나타내는 원단위가 이달들어
일본 평균을 너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며 "공장의 생명인 생산성과
경쟁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