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거지같다"

MBC 월화 특별기획드라마 "왕초"의 까마귀역 이혜영(24)은 요즘 이런 평을
듣고 산다.

보통의 경우라면 듣기 고울리 없겠지만 분명 "찬사"다.

그는 거지왕 김춘삼의 삶을 그린 이 드라마에서 유일한 여자 거지역으로
등장한다.

실제 김춘삼이 촬영현장을 방문했을때 그를 보고는 "어쩜 옛날 그애하고
그리 똑같을까. 진짜 똑같다"를 연발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거지역"을 확실하게 소화해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통상 분장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기 일쑤지만 "까마귀"로의 변신은
단 10분이면 끝난다.

땟국물이 주르르 흐르는 얼굴에 부스스한 머리.

여자연기자로서 선뜻 내키지 않은 배역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혜영은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분장하는데 시간이 안걸려서 오히려 좋지요. 그만큼 연기에 몰두할 수
있잖아요. 중간중간 화장을 고칠 필요도 없고"

예의 활달한 어투다.

빡빡한 일정때문에 다른 드라마 출연도 포기해야 했지만 왕초의 매력에 흠뻑
젖어 지낸다.

그는 "지금까지 맡았던 배역중에 가장 애정이 가는 역할중 하나"라며
"왕초를 짝사랑하는 거지여인의 순정을 최선을 다해 그려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드라마가 마무리되는 7월초까지는 다른 프로출연은 생각도 안할 작정이다.

그는 요즘 연기생활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하면 할수록 연기에 매력이 느껴집니다. 가수와는 또다른 재미가 있거든요.
연기도 똑부러지게 해내는 만능엔터테이너로 평가받고 싶어요"

까마귀의 "비상"이 기대된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