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에는 특효약이 없다. 안전대책은 전사원이 철두철미하게 수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항공(JAL)은 안전운행을 최고의 경영이념으로 내걸고 있다.

사장의 가장 중요한 업무 역시 안전관리다.

때문에 사장은 종합안전추진본부장직을 겸하고 있다.

각종 서비스의 유형가운데 최상위 개념도 안전이다.

"손님이 절대로 안심하고 탈수 있게"라는게 영원한 슬로건이다.

일본항공이 안전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게 된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지난85년의 대형참사가 바로 그 발단이었다.

8월12일 승무원과 승객 5백24명을 태우고 도쿄 나리타공항을 출발, 오사카로
향하던 보잉 747점보기가 나가노현 오스다카산 중턱에 추락했다.

이륙 47분만이었다.

4명만이 극적으로 구출되고 4백20명이 사망했다.

재일한국인을 비롯 한국인 14명도 포함돼 있었다.

단일항공사고로는 사상최악의 참사였다.

당연히 일본항공에 대한 비난여론이 빗발쳤다.

언론 등에선 일본항공의 반민반관형 경영체제의 문제를 제기했다.

사장을 둘러싼 지지파와 반대파간 주도권다툼이 결국 화를 자초한 원인이라
고 몰아붙였다.

다카키 사장은 결국 사고 이틀후인 14일 전격 물러났다.

정비담당 부장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어 개혁이 시작됐다.

참신한 이미지의 야마지사장이 고질병인 파벌의식을 타파하는 등 개혁을
주도했다.

정부도 끼어들었다.

운수성에 사고조사위원회를 독립기구로 설치, 대책마련에 나섰다.

해답은 바로 민영화였다.

87년 11월18일 국영 일본항공은 마침내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일본항공은 일찍이 사고뭉치회사로 낙인이 찍혀있었다.

쇼와 41년(66년)부터 59년까지 20년동안에만 무려 10건의 크고 작은 사고
(사망자 발생기준)를 냈다.

2년 걸러 한번씩 참사를 낸것이다.

사망자만도 5백57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세계최악의 참사사건이후 일본항공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까지 승객이 죽은 사고를 단 한건도 내지 않았다.

안전관리에 사운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제 일본항공은 세계에서 가장 안락하고 안전한 항공사의 하나로 손꼽힌다.

대한항공의 잇단 사고를 보는 현지의 반응은 여간 따갑지 않다.

대한항공은 한해 4백억엔(여객부문)이상을 일본에서 벌어들인다.

우리의 황금시장인 셈이다.

일본항공의 변신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때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