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지난해 재무구조개선 성적표를 통보받은 5대그룹은 "예상했던 일"
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삼성 LG SK 등 합격점을 받은 업체들은 특히 그랬다.

이들 그룹들은 "당초 제출한 계획 이상으로 더 강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고 입을 모았다.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불합격점"을 받은 현대와 대우는 공식적인 논평을 내지 않는 등 정부나
채권단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했다.

그러나 다소 억울하다는 불만은 감추지 않았다.

현대는 지난해말 인수한 기아자동차를 빼면 재무구조 개선실적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지난 4월1일부로 계열에 공식 편입된 기아자동차 13개사의
총 부채규모는 12조6천4백31억원"이라며 "이를 제외하면 현대의 부채는
1조8천5백21억원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은 10조6천5백99억원에서 19조5백39억원으로 크게 늘어 재무구조
가 대폭 개선됐다"며 "계열기업수도 62개에서 49개로 13개 줄었다"고 덧붙
였다.

대우 관계자도 "하반기들어 외상수출이 늘면서 유동성이 나빠진데다 악소문
까지 퍼져 자산매각과 유상증자에 차질을 빚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자유치와 계열사 정리, 분사, 채무보증해소 등이 계획대로 된
만큼 "대우가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현대와 대우측은 올들어 계열사 축소와 외자유치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재무구조개선 노력이 조만간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은 엉킨 문제가 많아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현재보다는 미래의 성장가치를 보고 기업을
독려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