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후유증으로 다시 정국이 경색되면서 박준규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등 물리적 충돌사태까지 발생했다.

한나라당 이부영 총무와 이규택 수석부총무 등 총무단은 2일 여당이 본회의
를 단독으로 개최하겠다는 방침을 정한데 반발, 이날 오전 박 의장을 항의
방문키로 하고 의장실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박 의장은 자리를 피하기 위해 나가던 중 국회 본관 1층에서 의장실로
가려던 한나라당 총무단과 마주쳤다.

박 의장은 "이부영 총무는 핫바지냐. 혼자와서 얘기하지 왜 몰려 다니느냐"
며 화를 냈고 백승홍 임인배 부총무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의원이 국회
의장에게 말도 못하느냐"며 맞대응하는 등 고성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박 의장에게 접근하려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의장 비서진들이
막아서면서 양측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의장과 한나라당 의원들간 "충돌"도 발생했다.

박 의장이 의장실로 가 이부영 총무와 단독 면담하는 도중 다른 의원들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오자 박 의장은 "버르장머리 없이..."라며 흥분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버르장머리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라며 박
의장의 팔목을 잡았고 박 의장이 이를 뿌리치며 "너희들, 어디다 손을 대.
''사진쟁이''들 들어와 찍으라고 해"라고 소리쳤다.

삿대질과 맞고함이 난무하는 사태가 수습된 뒤 박 의장과 이 총무는 다시
면담을 갖고 야당도 본회의에 참석한 뒤 여야 총무회담을 갖기로 하는 등
국회운영을 위한 절차에 합의했다.

국회 사진기자단은 이날 박 의장의 "사진쟁이" 발언과 관련, 공식사과를
요구했고 박 의장은 "흥분한 상태에서 실수로 나온 말"이라며 "사진기자들을
욕되게 할 생각은 없었다"고 사과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2조6천5백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한 시정연설을 들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김종필 총리가 대독한 99년 추경예산안에 관한 시정
연설에서 "국민주택기금 등을 통해 5조7천6백억원의 특별재원을 마련할 계획
이나 2조5천5백억원 규모는 정부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또 "새 한.일어업협정에 따라 어업인에대한 지원을 위해 1천
억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어서 총 2조6천5백억원 규모의 재정지출을
내용으로 한 추경예산안을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야는 본 회의가 끝난뒤 총무회담을 열고 한나라당측의 요구를 받아
들여 오는 6일 긴급 현안질문을 벌이기로 했으나 정부조직개편안과 추경
예산안 처리 일정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