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연합(EU)간의
대립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WTO는 2대 총장의 선출시한인 지난달 31일 일반이사회를 열어 수파차이
파닛팍(53) 태국부총리와 마이크 무어(50) 전 뉴질랜드총리 중 한 명을
총장으로 선출하려 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약 20분만에 산회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EU는 수파차이 부총리 지지입장을 굽히지 않고 미국은
무어 전총리에 대한 지지의사를 철회하지 않아 또 다시 시한을 넘겼다.

이로써 WTO의 차기총장 선출은 시한을 다섯차례나 연장하게 됐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알리 음추모 이사회의장(탄자니아대사)은 "지지세력간
견해차가 너무 커 누구도 회원국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없었다"며 부활절휴일
을 끝내고 이사회가 재소집될 것이라고 말했다.

134개 WTO회원국 대표들은 앞으로 1주일간 미국과 EU간의 의견차를 해소시킬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수파차이와 무어 두 사람은 모두 자유무역의 신봉자로서 지도력이나 학식
등에서 사무총장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EU는 바나나와 쇠고기분쟁등으로 외교통상분야에서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어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주요국이 고위급회담
을 여는 길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WTO는 사무총장이 표결에 의해 선출될 경우 협력관계유지 등 향후 조직을
이끄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 회원국 합의에 의한 선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레나토 루지에로 사무총장이 이달말 퇴임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후임자 선출이 계속 늦어질 경우 WTO는 지도력 공백의 위기를 맞게
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