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이 현재의 영업권 가치를 유지하는 가운데 가급적 빨리 매각됐으면
한다"

박동수 대한생명 관리인(금융감독원 검사1국장 53)은 갖은 외풍에도 불구
하고 현재까지 회사내부에는 별다른 동요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려했던 해약사태도 없다"는 그는 "부실파문 이후 수입보험료도 크게
늘진 않았지만 예년과 비교할 때 줄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 국장은 지난달 23일 관리인으로 부임한 뒤 대한생명 직원들이 차분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고 귀뜀했다.

또 전직원들이 부실만 털어내면 우량사로 반드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동안 그는 생소한 보험분야 업무를 익히느라 적지 않은 고생을 했다.

금감원에서 파견된 3명의 직원과 함께 밤늦도록 업무파악을 위해 장부를
뒤적이기도 했다.

직원들은 물론 설계사를 달래느라 전자우편으로 "임직원에게 보내는 글"을
띄우기도 했다.

종업원퇴직보험에 가입한 기업체 대표에게는 일일이 서신을 보내 계약유지
를 당부하는 일도 도맡았다.

지난달 30일에는 전국의 대한생명 노조대의원 1백20여명이 그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몇몇 여성 대의원들은 눈물로 그들이 맞이한 참담한 현실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그런 그들에게 "대한생명 부실은 영업이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라
대주주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또 열심히 노력해 계약자 이탈을 막아내면 반드시 좋은 날은 다시 올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박 국장은 경북고와 서울법대를 졸업한 뒤 69년 한국은행에 들어가 줄곧
은행분야 업무를 맡아 왔다.

그가 얘기하는대로 보험업무에는 문외한이다.

하지만 지난 1주일동안 대한생명 관리인으로써 직원들을 지켜 보면서
대한생명 정상화를 낙관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 김수언 기자 soo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