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족의 대표이사직 박탈" "17명의 선배를 제친 발탁인사"
"18년 장기집권에서 퇴진"..

3월결산기를 맞아 일본기업들의 파격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2차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으로 인한 실적부진의 여파로 연공서열 오너중심의
일본식 인사체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슈퍼마켓 업계 1위인 다이에는 30일 창업주인 나카우치 이사오(76) 회장의
장남인 쥰 부사장의 대표이사직을 박탈하고 평이사로 강등시켰다.

쥰 부사장은 경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미 지난 25일 열렸던
임시이사회에서 퇴임의사를 밝혔었다.

자의가 아니었다는 게 업계의 소문이다.

다이에의 경영혁신을 위해 거래은행쪽에서 창업주 중심의 경영을 탈피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기획실장(상무)에 앉혀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겠다며 회장 측에서 타협을
시도했으나 쥰 부사장은 이를 거절, 평이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도큐그룹 실력자의 한사람인 미우라 마모루(74) 도큐백화점 회장도
물러났다.

그는 지난 81년부터 11년동안 사장직을 맡은 것을 포함해 18년동안
이 백화점을 경영해왔다.

그러나 매출부진과 해외사업 실패 등으로 올1월 결산 때 5백36억엔의 적자를
내면서 퇴진을 선언하고 말았다.

"경영을 부실하게 했고 주주들에게 배당을 못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임원이 너무 많다고 판단돼 솔선해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닛쇼이와이는 야스타케 시로(57) 상무를 사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야스타케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무려 17명의 선배를 제치고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전임 구사미치 사장은 "자회사 정리 등을 과감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젊고
참신한 경영진으로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닛쇼이와이는 금융자회사 청산등에 따른 손실 등으로 올3월 결산때
4백45억엔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1년째 계속되고 있는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연공서열의
깨뜨리는 파격인사 또한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