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을 집어삼킨 르노자동차가 "배앓이"를 하고 있다.

완전히 상한 음식을 잘못 먹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가기 때문이다.

르노대변인은 30일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닛산의
순부채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22억달러가 많은 1백99억달러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자가들은 "더될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계열사들에 대한 지급보증 등을 합치면 3백45억달러로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그렇다고 "뱉어 내기"에는 늦었다.

르노는 54억달러의 자본투입이 끝나는대로 일단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닛산의 순부채를 3년내에 62억달러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과잉자산을 매각하고 경비절감요인을 찾아내기 위해 1차 실사단장을
"코스트 킬러"(Cost Killer)란 별명을 가진 르노의 2인자 카를로스 고슨으로
정했다.

고슨은 40여명의 전문가들을 이끌고 조만간 닛산을 방문한다.

르노가 그나마 기대를 거는 쪽은 양사통합의 시너지효과다.

루이스 슈바이처 르노회장은 "멕시코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닛산브랜드로
미국시장에 내 놓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이 기대도 지나봐야 알 것 같다.

"문화적 장벽" 때문에 구조조정이 쉽게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아서다.

< 박재림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