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중인 월리엄 데일리 미국 상무장관은 26일 외교통상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등 정부부처와 가스공사등 공기업까지 방문하는 강행군을 하며
철강마찰 반도체빅딜 공기업민영화 정부조달 정책 등 한.미 양국의 경제현안
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데일리 장관일행의 주요 방한 활동을 살펴본다.

<> 미국의 통상강경책 배경설명 =이날 서울 상의회관에서 열린 오찬강연회
에서 데일리 장관은 "미국의 무역적자로 인해 철강산업 등 기업과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으며 더 이상 감내할수 없는 시점에 왔다"고 미국이 통상문제
에 강경해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시장개방을 촉구하면서 "스크린 쿼터제가 미국영화의 진출을
제약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도 피해를 주는 일"이라며 "철폐
되면 최소한 5억달러는 한국시장에 투자할수 있다는게 미국영화협회의 추산"
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데일리 장관 일행을 면담한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개인적
으론 시장경제입장에서 스크린쿼터제를 환영하지 않지만 한국 정부는 국내
영화업계로부터 UR(우루과이라운드)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이를
인정한다는 점을 들어 이 제도를 존치하라는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며
당장 폐지는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미국 방문단이 한국의 영화업계와 논의해 좋은 결론을
도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잭 발렌티 미국 영화제작자협회장은 "한국이 아시아에서 스크린쿼터제를
유일하게 유지하는 나라"라며 "한국의 쇠퇴한 영화업계 진흥을 위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철강마찰 스크린쿼터 등 현안 =데일리 장관은 이날 오전 박태영
산업자원부장관과 오후엔 한덕수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잇따라 만나
지난 1월 철강수출국들의 대미 철강수출량이 모두 줄었으나 한국의 대미
수출량만 26.9%나 급증했다는 점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태영 장관은 "1월 증가세를 보인 대미 철강수출이 2월에는 다시 10%
줄었다"며 "세계무역기구(WTO)를 주도하는 미국이 WTO 취지에 맞지 않는
철강수입 쿼타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데일리 장관은 또 반도체의 빅딜과정에서 한국정부가 보조금을 주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거론하고 포철 민영화와 한보철강 처리와 관련, 한국
정부가 이미 밝힌대로 일관성 있고 투명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 한국조달정책 불만 =데일리 장관은 이날 이정무 건설교통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선 정부조달문제에 대해 집중 거론했다.

그는 대한상의 강연에서도 "한국정부가 국산제품을 입찰조건으로 내거는
바람에 미국기업들은 60억달러에 달하는 영종도 국제공항건설에서 엘리베이터
와 에스컬레이터 입찰에 참여조차 못했다"며 조달정책을 비판했다.

이정무 건설부 장관은 이에대해 잔여공사는 정부조달협정에 준한 국제경쟁
입찰로 발주하고 입찰절차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 공기업민영화 참여 관심 =데일리 장관과 함께 박태영 산자부 장관을
만난 미국 아르코사의 톰슨 부회장은 한국가스공사의 민영화 등 천연가스
분야의 구조조정에 미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물었다.

또 정유회사인 엔론사의 테렌스 소온 사장은 "한국정부의 개혁으로 한국
시장에서 한국SK와 손잡을 수 있었다"며 "세금과 주식배당 등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을 고려해 달라"고 주문했다.

데일리 장관 일행은 미국 기업인들과 함께 이날 오후에는 서울시내에서
한갑수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만나 가스공사의 민영화스케줄에 대해 알아봤다.

< 정구학 기자 cgh@ 노혜령 기자 hroh@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