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대우가 23일 삼성자동차 가동 재개를 골자로 하는 기본합의서를
타결함으로써 지난해 하반기부터 끌어온 5대그룹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은
분수령을 넘었다.

재계에서는 "이제 남은 것은 반도체 뿐"이라는 소리까지 흘러 나온다.

큰 고비를 넘긴 만큼 대기업그룹의 사업구조조정이 속속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인 셈이다.

총수가 심야 담판을 통해 합의를 도출했지만 자동차 빅딜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당장 공장 가동 문제만 해도 그렇다.

부품공장들이 돌지않고 있어 4월초 조업재계는 사실상 어렵다.

한편 대우자동차는 이날 김석환 재무/기획담당 부사장을 대표로 80여명
규모의 삼성자동차 인수단을 구성, 인수채비에 들어갔다.

<>타결 의미 =삼성자동차 처리 문제는 반도체와 함께 "빅딜"의 핵심
사안이다.

정부는 내놓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삼성자동차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나머지
빅딜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일찌감치 가닥을 잡은 항공 철차 정유 유화 등 업종에서 아무리 우는 소리를
해도 일괄타결이 돼야 고려해보겠다는 반응을 보여온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자동차 문제가 가닥을 잡았다는 것은 그래서 기업구조조정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음을 의미한다.

정부도 이 정도면 기업구조조정이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고 긍정 평가할 만한
명분을 갖게 됐다.

삼성과 대우 두 그룹으로서도 자동차 협상이 늦어지기 때문에 받아왔던
"전방위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대우는 뭘 얻었나 =대우는 SM5를 계속 생산하고 삼성자동차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아 전경련 회장사로서의 명분을 얻었다.

삼성이 책임판매를 다하지 못할 경우 금전적 보상을 받기로 하는 한편
운전자금도 대출받기로 해 실익도 챙겼다는 평을 듣고 있다.

대우 관계자는 그러나 "기본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전경련회장사로서
양보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부실기업을 인수해야 하는 입장에서 손해보는 부분이 많았지만
삼성차의 조기 가동이라는 대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이 얻은 것 =대우가 얻은 것은 삼성이 잃은 부분이다.

삼성은 그러나 1회전 운전자금 대출 등 금전적 부담은 늘었지만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SM5를 연간 1만5천대 가량 판매하는 것은 자체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어
자금부담이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협력업체 부도를 막게 된 점도 대체로 만족스러운 대목이다.

삼성 관계자는 "대우측이 앞으로 생산될 SM5에 대한 판매책임을 삼성이
져 달라는 종전 입장에서 한발 양보한 점에 대해서는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빅딜 마무리 단계 진입 =자동차부문 빅딜이 가닥을 잡게 됨에 따라 반도체
등 미타결 부문의 빅딜에도 가속도가 붙게 됐다.

반도체 협상을 벌이고 있는 현대와 LG의 경우도 더이상 통합을 지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달말 또는 다음달초 청와대에서 열리는 정부 재계 정책간담회 이전에
최종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과 대우는 자동차 빅딜 이후 가전부문의 빅딜도 정상적인 수순을
밟게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밖에 나머지 업종도 속속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달말을 전후해 빅딜 업종 전체가 매듭지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유부문은 이미 지난 19일 현대정유와 한화간에 인수계약이 체결됐다.

항공기부문도 통합절차에 대해 완전한 합의을 이뤘다.

철도차량 역시 전경련의 중재로 막판 절충을 계속하고 있어 수일내
출자자산감축 등 통합 3사간의 완전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석유화학은 25일께 자산실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현대 삼성간의 통합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