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응급의학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뛰어난 효율성과 신속성 때문이다.

프랑스 응급의학시스템의 이름은 사뮈(SAMU).

"Service d"Aide Medical Urgent"의 머릿글자로 응급의료서비스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프랑스 전역에 1백5개의 사뮈조직이 있다.

사고현장에 최대한 빨리 출동하기 위해서다.

조직마다 응급구조를 전담하는 전문의와 간호원들이 있다.

앰뷸런스등 응급치료장비는 최첨단이다.

사뮈를 호출하는 전화는 전국 어디서나 15번.

사뮈는 "생명지상주의"를 기본정신으로 하고있다.

때와 장소, 부상자의 신분을 가리지 않는다.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최상으로" 응급처치를 한다음 병원으로 후송,
본격적으로 치료한다.

의료비는 국가부담이다.

돈이 없어 입원을 못하거나 수술을 받지 못하는 일은 절대 없다.

사뮈의 관제센터는 전화를 받는 전화요원들과 사고현장에 출동할 전문의들로
24시간 운영된다.

전화요원들은 전화를 받으면 사고상황과 위치등을 파악한 다음 바로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의료조정관(전문의)에게 전화를 넘겨준다.

의료조정관은 상황에 따라 4가지 조치를 취한다.

경미한 사고라면 전화로 부상자나 주변사람에게 응급처리 방법을 알려준다.

위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의사의 치료가 필요한 때는 사뮈와 계약을 맺고
있는 일반의사에게 연락, 왕진을 요청한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부상이 심할 때는 병원에 알려 앰뷸런스를
보내도록 조치한다.

사태가 심각할 경우에는 사뮈소속 의사가 직접 앰뷸런스를 타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첨단의료장비로 무장된 사뮈앰뷸런스는 전문의와 간호사 1명씩을 갖춘
"달리는 종합병원"이다.

사뮈의사들은 마취및 소생전문의들이다.

각 사뮈에는 여러대의 최첨단 앰뷸런스가 있다.

구조전화가 걸려와 사뮈앰뷸런스가 현장에 도착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8분.교통상황이나 거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10분내 현장도착"
이 원칙이다.

사뮈의 지상과제는 사고현장에서 부상자나 환자의 목숨을 일단 건져 놓는
것.

파리사뮈의 책임자인 피에르 카를리박사는 "부상자가 제대로 된 응급조치를
받지 않아 후송중에 목숨을 잃는 것을 최대한 줄이자는 게 사뮈의 목적"
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사고현장에 정식 전문의를 보낸다.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앵글로 색슨계 응급의료체제와 가장 다른 점이다.

미국에서는 부상자를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후송하는 데 중점을 둔다.

때문에 정식의사가 아닌 준의료요원들을 사고현장에 보낸다.

인구 6천만인 프랑스에서 사뮈는 작년 한해동안 총 9백만건의 응급구조
요청 전화를 받았다.

이중 사뮈앰뷸런스가 직접 사고현장에 출동한 것은 65만건에 달했다.

사뮈와 소방서는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양측의 협력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97년 영국 다이애나비의
자동차사고.

그 사고현장에는 사뮈 앰뷸런스와 인근 소방서의 응급차가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소방대에도 전문의가 있어 사뮈와 대등한 수준의 응급치료를 한다.

프랑스인들은 사뮈를 그들의 문화유산만큼이나 자랑하고 있다.

< 파리=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