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자동차부문 협력업체망 재편 작업에 본격 착수, 자동차 부품업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현대는 5월말까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망을 완전히
재편하기 위해 4백66개 1차 협력업체에 대한 경영 실사에 나선다고 21일
밝혔다.

현대.기아 자동차부문 기획조정실 고위관계자는 "실사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현대나 기아와 거래할 수 있는 1차 협력업체를 다시 선정하게 된다"
며 "이들과 6월초 계약을 맺게 되며 나머지는 탈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탈락한다는 의미는 현대나 기아와 더 이상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번 협력사 선발에는 부품의 모듈화(납품전 조립)가 감안될 예정
이어서 4백66개 협력사 가운데 적게는 3분의 1에서 많게는 절반 가까이
탈락할 것으로 보인다.

부품업계는 이미 초긴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 실사 원칙 =현대는 3월말까지 실사를 위한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실사 기준은 ISO9000나 미국 자동차업계의 기준인 QS9000을 토대로 하되
현대의 구매정책이 가미된다.

실사 주요 항목은 재무와 설비 생산능력 경영능력 품질 납기준수 설계능력
등이다.

<> 2원화를 통한 경쟁 입찰 =1차 협력업체로 선발돼도 곧바로 현대나
기아와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자격증을 얻는 정도일 뿐이다.

협력업체 선발 원칙은 2원화다.

한 품목당(모듈당) 한 협력업체만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두 곳을 선정
한다는 얘기다.

이들간 공개 경쟁입찰이 벌어진다.


<> 부품산업 구조조정 =1차 협력대상에서 빠진 회사들은 더 이상 현대나
기아와 거래를 할 수 없다.

경쟁입찰에서 계속 밀려나는 업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들 회사는 큰 회사와의 합병이 불가피하다.

아니면 1차 협력업체로 선발되기 위해 해외 유력 부품회사와 손을 잡는
방법이 있다.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살아남는 방법이다.

자연스럽게 협력업체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된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 용어설명 ] ------------------------------------------------

<> 모듈화 납품

자동차 부품의 모듈(Module)화는 부품을 단품으로 납품받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조립해 덩어리째 납품받는 방법이다.

예컨대 차 앞부분을 따져보자.지금은 범퍼 라디에이터그릴 헤드램프 팬벨트
팬 등이 각각 다른 회사에서 납품돼 완성차 라인에 공급된다.

그러나 모듈화하게 되면 1차 협력업체가 이 부품을 모두 조립해 납품하게
된다.

완성차 업체는 덩어리째 납품된 부품을 조립하는 만큼 공수(man.hour)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관리해야할 1차 협력업체수도 그만큼 줄어든다.

원가경쟁력에 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