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들이 대출세일 경쟁에 나서고 있다.

과거의 예금유치경쟁은 사라지고 대신 빌려주기 경쟁이 등장한 것이다.

돈많은 예금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이자를 잘내는 대출고객을 많이 확보
하는데 은행들이 혈안이 돼있다.

대출경쟁이 전연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와는 양상이 다르다.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사활이라도 걸린듯하다.

금리인하 경쟁뿐만이 아니다.

파격적인 대출상품이 많다.

대출한도를 없애기도 하고 만기도 33년까지 늘렸다.

은행들은 특히 개인고객에 대한 대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대출 경쟁의 배경에는 외국은행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에
시장을 미리 점령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게다가 갈수록 대출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금융기관들엔 이만저만한
고민이 아니다.

<> 돈 굴릴 데가 없다 =은행 저축성예금은 최근들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달들어 지난 13일까지 3조9천억원 늘었다.

작년 같은 기간 증가규모(3천2백61억원)의 10배를 웃돈다.

그러나 돈이 들어와도 운용할 데가 마땅치 않다.

따라서 고금리 거액예금은 아예 사절한다.

한 은행장은 "직원이 2백억원을 예금으로 유치했다길래 꾸중했다"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예금 가운데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율(대출금/예금)인 예대율은 현재 73%
수준으로 떨어졌다.

종전 최저인 지난 88년말의 74.7%보다도 낮아진 것이다.

가계대출잔액을 보더라도 97년말 1백84조9천억원이던 것이 98년 12월말에는
1백65조8천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한햇동안 감소율이 10.3%에 이른 셈이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대출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자산운용 대상중 대출이 그나마 고수익을 은행에 안겨주기 때문이다.

현재 가계대출금리는 연 13%~14%.

연 7% 수준인 국고채 금리보다 2배나 높다.

또 가계대출은 기업대출보다 부실률이 낮다는 장점도 있다.

<> 외국은행 진출에 대비해 시장선점에 나섰다 =뉴브리지 HSBC 등 외국
은행이 국내에서 영업할 시기가 임박해 오자 국내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신한종합연구소는 "외국계 은행의 진출전략과 대응방향"이란 보고서에서
"중산층 이상의 고객은 국내 은행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며 "조기에
대응태세를 갖추는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일본의 경우 전문직 종사자,고소득 샐러리맨 및 젊은 여성층등이
외국계 은행을 선호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은행들이 요즘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하는 것은 이에 대한 대비 차원
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거래관계가 장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고객유치 효과가
크다.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의 대출제도 개선에서도 이같은 전략을 읽을 수 있다.

은행들은 이와함께 외국계 은행의 경영기법을 서둘러 도입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고객을 세분화해 목표고객을 정하고 공략하는 방법이다.

한빛 국민 신한 한미은행 등은 최근 주거래고객 제도를 활성화했다.

이들 은행은 우량 거액고객에 대해 서비스 뿐만 아니라 금리까지도 차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출한도와 서비스도 높였다.

우량고객을 위한 VIP룸도 넓히고 있다.

반면 소액 고객에 대해선 은행창구보다는 CD(현금자동지급기) 등 자동화기기
를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