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 위원 20명 전원이 16일 부정부패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이번 사태로 EU의 정부격인 EU집행위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는 등 커다란
파문이 일고 있다.

자크 상테르 EU집행위원장은 이날 "집행위원들의 부정부패 문제를 조사해온
특별조사위원회의 보고서가 공개됨에 따라 집행위원 전원이 사임키로 했다"
고 밝혔다.

특별조사위는 보고서를 통해 "행정과 예산집행에 대한 집행위의 감독소홀 등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다"며 "20명의 집행위가 전체적인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다.

또 "집행위원 개인의 뇌물수수 사실은 포착되지 않았으나 집행위 내부에
만연한 예산유용 등 부패를 통제하지 못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부정부패의 핵심인물로 지적된 에디트 크레송 교육담당집행위원에
대해 "개인적으로 절친한 치과의사를 학술조사에 참여시키고 불분명한
여행경비를 예산으로 뒷받침해 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상테르 집행위원장이 독선적으로 집행위를 운영, EU내에 권력집단
을 형성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각 집행위원들은 직접적인 부정혐의는 피할 수 있게 됐으나 행정 실책의
책임은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고서 공개로 유럽의회와 대립해 오던 집행위의 위상은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또 유럽의회의 최대 정당인 사회당 및 녹색당 등이 모두 집행위의 즉각적인
사퇴를 주장하고 있어 곧 의회에서 사임안이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회는 집행위원장 및 위원의 사임안을 처리한 후 차기 집행위 구성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집행위원장은 유럽의회의 추천으로 유럽정상회담에서 선출되며 나머지
위원들은 차기 집행위원장이 회원국 정부와 협의, 회원국의 추천으로
임명된다.

<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coom.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