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의 방한및 정부 고위관계자들과의 연쇄
면담을 계기로 "페리 보고서"의 실체가 어렴풋하게 나마 드러나고 있다.

페리의 방한으로 새롭게 확인된 사실은 페리보고서가 미국의회와 행정부만
을 대상으로 한게 아니라 그 자체로 북한에 대한 포괄협상안이라는 점.

따라서 일부에서 예상하듯 대북 포용정책이 실패했을 때 시행 가능한 대북
압박 전략의 시나리오가 페리 보고서에 "원형 그대로" 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2단계 압박 전략의 판단기준이 되는 한계선(red line)이 모호하다는
점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와 관련, "페리보고서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이라며 "협상의 당사자가 있는 상황에서 실패할 경우를 상정한다면 협상을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페리 보고서가 북한을 겨냥한 협상안을 담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두번째는 페리 보고서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시점을 전후해 북한
당국자들에게도 전달된다는 사실이다.

예상되는 절차는 클린턴에게 전달-미국 행정부내 협의-북한 전달-북한과
포괄적협의 착수 등의 순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페리 조정관의 방북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도 이같은 분석에 기초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페리의 방북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고서 작성과 관련한 방북이 없다는 것에 불과하다.

작성자인 페리가 직접 포괄 협상안을 들고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