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의 핵심은 대부분 복수안으로 제시됐다.

이 중에서도 예산기능의 향배는 경제부처 파워게임의 근간인 만큼
재경부와 기획예산위원회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버티고 있다.

산업정책의 주도권을 놓고서도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가
팽팽한 논리대결에다 로비전까지 펼치고 있다.

통상기능의 교통정리도 외교부 내부문제까지 맞물려 해법찾기가 쉽지않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쟁점을 집중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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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조정기능은 일단 지금처럼 재정경제부가 갖는 것으로 결론났다.

경제현안을 그때그때 조율하고 정책을 결정할 경제정책조정회의의 의장을
재경부장관이 맡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기능이 어디로 가느냐다.

공청회 시안은 현재의 예산청을 기획예산위원회에 통합시키거나 재경부
산하에 그대로 두는 복수안을 제시했다.

예산과 경제정책조정기능을 다른 부처에 분리해둘지, 아니면 두 기능을 한
부처에 몰아줄지가 관건이다.

이를 놓고 재경부와 기획예산위가 팽팽히 맞서 있다.

재경부는 예산이야말로 금융 조세 등 거시경제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에서
함께 관장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세입을 다루는 재경부 세제실과 세출을 담당하는 예산청이 다른
부처에 있으면 재정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중소기업지원을 위한 재정지출(세출)과 조세감면(세입)등 정책수단
이 따로 놀면 중복지원 등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다.

또 예산과 "국고" "금융"이 분리되면 역시 경기대책 등을 수립할때 정책
조합이 원활히 이뤄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회원국 29개국중 21개국이 예산
기능을 금융과 조세 등 거시경제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에 두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획예산위는 예산과 정책조정기능이 한 부처로 쏠리게 되면 지나친
권한집중으로 인해 부작용이 클 것이고 지적했다.

따라서 예산은 재경부에서 떼어내 기획예산위원회로 통합하는 게 바람직
하다는 것.

특히 기획예산위원회가 앞으로 공공부문개혁과 재정관련 정책조
정을 담당하려면 "예산"이란 칼자루가 필수적이란 견해다.

특히 경제는 안정돼가고 있는 반면 공공부문 개혁이 뒤처져 있는 점을 감
안하면 예산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금융기관 인허가권은 재경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금융기관의 설립 인허가 업무는 금융산업의 토대를
정하는 핵심 정책사항인데 감독기관에서 맡는 건 이상하다"며 불만을 표시
했다.

그러나 금감위는 "인허가권은 사전 감독의 일환으로 금감위가 행사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

어쨌든 금감위는 앞으로 금융기관 설립에서부터 퇴출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권한을 한 손에 쥐게 됐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