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4일 전경련 신임회장단 접견은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전경련의 위상을 확인시켜 주는 한편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주문하는
자리였다.

김 대통령은 이날 김우중 회장을 비롯한 신임 회장단을 맞아 "우리 국가의
행.불행이 전경련에 달려있다"며 전경련의 역할이 막중함을 강조했다.

그런 만큼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더욱 속도감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등
평소의 소신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김 대통령은 지난달 무역협회 신임 회장단도 접견한 바 있지만 무역협회의
특성상 수출을 독려하며 격려하는 자리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날 전경련 회장단에게는 각별한 애정을 표하면서 충고도
곁들였다.

전경련은 이날 접견에서 김 대통령으로부터 "정부가 기업의 편에 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할 것이며 노사문제도 기업중심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것"
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김 대통령은 기업의 불가피한 정리해고는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와 함께 "노동자도 기업을 살리는 위주로 나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망한다"며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에게도 이윤이 돌아간다는 재계의 논리에
손을 들어줬다.

김 대통령이 대기업의 중요성을 언급한 대목도 재계로서는 반길 대목이다.

김 대통령은 취임이후 "이제 재벌의 시대는 끝났다"며 대기업 그룹의
선단식 경영을 종식시키고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체제로 변모시켜 나가는
작업을 꾸준히 벌여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의 정부"는 재벌과의 불필요한 심리적 갈등을
겪어왔다는 지적도 받았었다.

김 대통령은 이날 그러나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가 되어야한다는 것은
확고한 소신이지만 그건 지난 이야기"라며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함께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며 대기업중심 경제체제의 당위성을 받아들이는 듯한
인상도 줬다.

그 대신 김 대통령은 "기업도 국민과 정부에게 약속한 사실을 성실히
지켜 나가야 할 것"이라며 구조조정 약속을 착실히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국제적인 신용조사기관과 우방국들은 재벌개혁이 철저해야 하며 이것이
지연되면 한국은 다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며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새 회장단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팀을 만들어 기업도 나라도 함께
살리는 경제체제를 가꿔 국민으로부터 감사받고 존경받는 전경련이 되어야
한다" 김 대통령의 전경련에 대한 사랑과 충고는 이 한마디에 응축되어 있다.

이날 회동에서 김우중 회장 등 전경련 회장단도 김 대통령의 지도력으로
1년만에 경제회복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외국의 평가를 받고 있으나 앞으로도
고난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인들이 합심해 경제난을 극복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경쟁력 제고, 수출확대를 위해서도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