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원도 안되는 비용으로 슈퍼컴퓨터를 만든다"

매우 복잡한 과학기술 계산, 모의실험들을 초고속으로 처리하는
슈퍼컴퓨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억-2억원, 많게는 20억-30억원의
큰 돈이 든다.

그러나 여러대의 PC를 한꺼번에 연결해 슈퍼컴퓨터와 같은 성능을 낼수
있게 하는 기술이 국내에서도 개발됐다.

포스코경영연구소의 윤재호 책임연구원은 PC 8대를 연결, 슈퍼급 성능을
내는 컴퓨터를 구성하는데 최근 성공했다.

그는 펜티엄 프로 2백MHz 중앙처리장치(CPU)를 채용한 PC 8대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클러스터링기술로 슈퍼컴퓨터를 만들었다.

윤 연구원은 무료공개 프로그램인 리눅스(레드햇 5.1)를 운영체계(OS)로
이용해 1천만원 미만의 비용으로 이같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만들어진 장치는 슈퍼컴퓨터의 성능검사기준인 린팩(Linpack)테스트
시험결과 0.5 기가플롭스(Gflops:1초당 10억자리의 소숫점 숫자를 계산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단위)의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이 정도 성능을 가진 슈퍼컴퓨터는 판매가격이 보통 1억~2억원에 이른다.

윤 연구원은 "국내에는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PC나 워크스테이션 또는
서버를 여러대 연결해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것은 해외에서 흔히 시도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컴퓨터는 "~클러스터(cluster)"로 불린다.

"전세계 5백위권에 드는 슈퍼컴퓨터를 알려주는 리스트(www.top500.org)에
"~클러스터"라는 이름의 제품이 여럿 올라있다"고 윤 연구원은 전했다.

지난해 11월5일 발표된 슈퍼컴퓨터 리스트에서는 "Avalon 클러스터"가
1백13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이 제품은 미국 디지털사의 알파서버 1백40대를 병렬로 연결한 것으로
48Gflops의 성능을 낸다.

가격은 31만3천달러(약 4억원)로 비슷한 성능을 가진 슈퍼컴퓨터의 20분의
1 수준이다.

세계 최고 기록은 독일에서 만들어진 5백12대의 PC를 연결한 제품이다.

클러스터링 컴퓨터의 가장 큰 장점은 싼 비용으로 뛰어난 성능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 연구소등에서 적극 응용해 볼만한 슈퍼컴퓨터 제조기법으로
평가된다.

윤 연구원은 "미국 유럽에서는 연구소등이 이런 제품을 만들어 판매에
나서기도 한다"며 "국내에서도 이 분야에 대해 보다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 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