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통신업체인 올리베티와 텔레콤이탈리아(TIC)간 경영권 분쟁이
세계 메이저 금융업체들이 가세한 국제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일 올리베티가 TIC를 5백83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적대적 인수합병
(M&A)안을 발표하자 TIC는 즉각 방어진지 구축에 들어갔다.

TIC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크레디 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은행과
방카IMI, JP모건 등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를 경영권 방어전략 구상을 위한
고문업체로 위촉했다.

올리베티도 TIC인수를 위해 이미 리먼브러더스, 체이스맨해튼, 메릴린치,
도이체방크 등 다국적 참모군을 결성해 놓은 상태.

이에따라 앞으로 양사간 경영권 분쟁은 다국적 금융업체들을 참모로 둔
치열한 "전략전"양상을 띄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리베티는 채권과 현금, 주식교환 등을 통해 되도록이면 신속하게 TIC를
인수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미 TIC를 인수한 뒤 불거질수 있는 독점시비를 없애기위해 자사
통신부문을 독일 만네스만사에 매각키로 합의해 놓기도 했다.

불룸버그 통신은 일단 올리베티가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올리베티측이 적대적 인수에 필요한 자금 차입채널을 이미 확보해 놓은데다
텔리콤 이탈리아측 이사중 상당수를 포섭해 놓아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21일 열린 TIC 긴급 이사회에는 대주주인 메디어방카(이탈리아 1위
투자은행), 아치쿠라지오니 제네랄리(1위 보험업체)측이 불참, 이미
올리베티측에 기울어져 있음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우니 크레티토,방카 코메르시알레 등 적지 않은 이사진이
인수안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리베티의 규모가 TIC의 7분의1 수준이어서 적대적 인수규모로는
다소 벅차다는 점 <>비토(Veto)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부가 중립적위치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 등이 아직 상황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TIC 지분 3.4%를 갖고 있어 이번 인수전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TIC의 경영진이 경영상황을 개선시켜 놓은 점 등을 들어
정부쪽에서 현 체제 고수를 선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사상 최대 기업경영권 분쟁으로 꼽히는 이번 올리베티의 TIC합병안은
이탈리아 정부의 입장에 따라 결판이 날 전망이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