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또다시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의장에게 집중되고 있다.

금융시장에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인 그가 23,24일 이틀간 미국 의회에
출석해 미국의 통화정책 및 경제현황에 대해 보고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시장관계자들은 특히 최근 엔화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린스펀의
발언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린스펀의 발언에 따라 엔화가 더 추락할 수도,회복될 수도 있어서다.

만약 그린스펀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친다면 엔화 약세는 가속화될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약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후자보다는 전자의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의 상황에 금리를 내리기보다는 올려야 할 요인이 많다는 것이다.

우선 오는 25일 발표될 작년 4.4분기 경제성장율이 당초 전망치를 훨씬
웃돈 것으로 추정되는 게 첫째 요인이다.

당초 미국 상무부는 작년 4분기 성장율을 5.6%로 추산했었다.

미국경제로서는 이것도 상당한 과열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의 지표들을 감안하면 그 수치가 6%선으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최고 6.4%까지도 보고 있다.

게다가 인플레 가능성을 판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인 고용지표도
계속 "과열"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실업율은 월남전후 최저치인 4.3%까지 떨어졌고 올 1월중
신규취업자 수도 24만5천명이나 됐다.

지난 1월중 생산자 물가지수는 0.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인플레 압력이
가시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밖에 무역적자 규모가 작년 12월중 1백30억달러로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점도 금리인상의 여지를 높여주는 요인이다.

수출업체들의 경기가 호전됐다는 간접적 지표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반대로 금리를 내리거나 현상태를 유지해야 할 요인도 없지는
않다.

미국의 앞마당인 중남미 경제가 여전히 혼미한 상태인 점이 최대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초래해
중남미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또 비록 1월중 생산자 물가가 0.5% 상승하기는 했지만 소비자 물가는
여전히 안정세인 점도 금리조정에 여유를 주는 요인이다.

이런 점을 감안, 저명한 경제분석가인 알렌 사이나이는 "그린스펀이 이번
의회보고에서는 한편에서는 금리인상 가능성을, 다른 한편에서는 현상유지
가능성을 내비침으로써 시장의 동요를 최소화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