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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상처 도전..신경숙 신작 장편소설 '기차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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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신경숙(37)씨가 신작 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문학과지성사)를
    출간했다.

    "외딴 방"이후 4년만에 선보이는 장편이다.

    이 작품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잃어버린 사랑의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신씨가 걸어온 소설의 행로와는 많이 다르다.

    가슴을 아릿하게 하는 감성적 문체와 분위기는 그대로지만 사회문제를
    직접 건드린 것이다.

    그가 80년대의 상처를 정면으로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역사와 사회의 영역으로 시야를 넓힌 셈이다.

    외곽에서 중심으로 한 꺼풀씩 벗기며 들어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추리기법이 원용된 것도 이채롭다.

    주인공은 김하진.

    서른 다섯살 난 그녀는 방송국 성우다.

    중국 여행에서 돌아온 그녀는 "의식의 저편에서 꾸물거리는" 기억을 찾아
    나선다.

    유일한 단서는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사진 한 장.

    그녀의 곁에는 자살소동을 벌인 뒤 잠시 쉬러 와 있는 스무살짜리 조카
    미란이 있다.

    하진이 미란과 함께 자신의 과거를 복원하는 과정이 작품의 대부분을
    이룬다.

    하진은 십여년전 노을다방 디제이였던 사람을 통해 자신이 오선주로 불렸던
    사실과 금요일마다 한 남자를 기다리며 그리스 민요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기차는 7시에 떠나네"로 바꿔 신청했다는 걸 전해듣는다.

    기다리던 남자의 이름은 은기.

    야학을 운영하던 그들은 당시 그 노래를 신호로 회합을 갖고 "해고노동자를
    복직시켜라" "블랙리스트를 없애라"등 구호문을 만들기도 했다.

    소설은 하진이 제주도에서 은기를 만나 기억을 온전히 회복하고 서울로
    돌아와 흩어진 시간을 모아 새 삶을 깁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상처 투성이다.

    하진은 한 때 은기와 단란한 가정생활을 꿈꿨으나 연행된 후 뱃속의
    아이를 잃고 그 충격으로 생의 한 토막을 상실해버렸다.

    미란은 친구가 자신의 애인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고 칼로 손목을
    그었다.

    하진 곁에 있는 남자 진서의 가족사진도 또다른 아픔의 상징이다.

    그는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교통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고
    고아가 됐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가필까지 되어 아주 잘 나온" 사진을 통해 증폭되고
    불행한 과거는 더욱 깊은 각도로 찔러온다.

    이 작품에 쓰인 "소리"와 "냄새" "스킨십"의 상징체계도 예사롭지 않다.

    이들이 다소 긴 도입부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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