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엔화급락엔 미국의 묵시적인 동의가 깔려 있다.

어느정도 까지는 용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럽 쪽에서도 유로화의 운신 폭을 넓혀 준다는 점에서 꺼리지 않는
분위기다.

아시아 국가들만 가운데 끼인 꼴이 됐다.

엔약세에 따른 지역별 이해득실을 따져본다.

<>미국=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18일 환율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그는 "환율에 개입해서도 안되고, 할수도 없고, 하지도 않겠다"는
3불가론을 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강한 달러"라는 정책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시켜주는 말이다.

강한 달러가 무역적자를 확대시키다는 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지만 강한
달러를 노린 자금유입과 이에따른 주가상승, 그리고 투자자들의 자산효과
등이 미국경제의 동력인 소비를 왕성하게 견인해 갈 것으로 미국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물론 달러 강세가 버블만 키운다는 부정적 견해도 적지 않다.

버블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높이고 주가의 완만한 하락을 유도하며
경제성장율을 2%-3%선으로 안착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달러당 1백30엔 이상까지 엔화 약세가 급격하게
진행된다면 일순간 강한 달러의 이점이 사라져버리는(버블이 터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일본=일본으로서는 엔약세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기부양을 위해 대대적인 통화공급을 약속한 만큼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가 국채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것은 소비와
투자 모두에 양약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미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0%수준까지 확대돼 있어
엔 약세와 금융완화가 어느 싯점부터는 오히려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재정 희생으로 경기를 살린다"는 최후 전략이 실패할 경우 일본은
더이상 수단이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사카이야 경제기획청 장관이 19일 "달러당 1백20엔이 적당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유로권=엔 약세는 유로화 금리를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엔이 강세를 보이는 상항에서 유로화 금리를 내린다면 이는 신생 유로화의
국제적 지위마저 흔들게 된다.

유로권은 더욱이 성장율을 끌어 올려야 하는 지상과제를 안고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는 올해 2% 미만의 부진한 경제성장율이 예상(모건
스탠리 전망치)되고 실업율은 모두 두자리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엔약세는 유로권에 금리인하등 정책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아시아=문제는 아시아다.

중국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등은 모두 수출 드라이브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엔화가 약세를 보인다면 아시아국가들의 자국통화는 엔화보다 더 큰폭으로
절하돼야 가격경쟁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통화가치가 회복되는 중이어서 절하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만일 엔저가 지속돼 중국의 위안화가 흔들리기라도 하면 아시아 국가들은
큰 고초를 겪게 된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