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분 전기요금 5천만원을 내세요"

새 밀레니엄을 맞는 2000년초 일반가정에서 이같은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아드는 황당한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한국전력의 컴퓨터 2000년표기(Y2k)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같은
시나리오를 완전히 배제할수 없다.

한전은 최근 일부 정보시스템에 Y2k문제가 있다고 정부 Y2k추진실태
점검회의에 보고하고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2000년이 불과 10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국내 Y2k문제 대응이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응방식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까닭이다.

늦게 준비에 들어간 만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도 경제여건이 나빠
최소투자에 그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이미 감사원의 특감에서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최근 전력 에너지 통신 등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Y2k문제
대응실태를 감사한 결과 정부 대응이 너무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18개 발전시설과 상.하수도 등의 공공시설은 Y2k해결과 관련한 정부의
중점관리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실정이다.

또 한국전력 에너지관리공단 한국통신 해양수산부등 8개 기관에선 비상
계획 마련을 소홀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늦다.

올들어서야 "Y2k관계장관회의"를 정례화하는등 정부의 Y2k해결 추진
체계를 정비하겠다고 나섰다.

그나마 실무조직 구성이 늦어져 아직 충분히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2000년 위원회"를 설치해 Y2k문제 해결을
서두르고 있다.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정부가 Y2k분야에 배정한 예산은 4백40억원.

전체 예산의 0.05%에 불과하다.

미국은 연방예산의 1%인 54억달러를 Y2k해결에 투입하고 있다.

컴퓨터를 제외한 공장자동화설비등 비전산분야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 기업의 44.5%가 자동화설비등의 Y2k대응작업에 착수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현대경제연구원).

산업자원부 조사에서도 자동화설비 Y2k문제 해결완료율이 26.5% 수준으로
나타났다.

자동화설비의 Y2k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2000년초 공장의
가동이 일시에 중단되는 대혼란이 빚어질수도 있다.

더욱이 국내 공장의 설비는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Y2k문제가
있는지 조차 제대로 확인할수 없는 실정이다.

외국은 이미 개인의 일상생활에 대한 Y2k영향을 분석,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한 행동요령을 전파하고 있다.

미국 스피리트인액션 연구소는 "카산드라보고서"를 내놓고 개인의 행동
수칙을 마련했다.

"전화가 통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무전기나 워키토키를 준비할 것.
수표나 신용카드는 쓰지 못할수 있으므로 2개월정도 필요한 현금을 비축할
것. 냉장고가 작동되지 않는 사태에 대비해 개인당 1주일분의 냉동건조
식품을 쌓아둘 것"

카산드라보고서에 담긴 내용의 일부다.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만일의 경우에도 철저히
대비하자는 뜻이다.

< 정건수 기자 ks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