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외화도피"를 막는 보루로 변신한다.

밀수나 관세 탈루 등만 적발하던 관세청이 외화밀반출을 수사하는 준사법
기관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얘기다.

관세청엔 이미 "외환거래 수사권"과 "관계기관에 대한 자료 요구권"이란
쌍 권총이 주어졌다.

정부가 관세청에 이같은 권한을 준 것은 외환위기의 원인중 하나였던
외화도피를 적극적으로 막기위한 것이다.

앞으로 외화도피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더군다나 외환거래가 대폭 자유화되면 그만큼 외화도피를 적발하기가
어려워진다.

훈련받은 고급인력이 있는 관세청에 이 역할을 맡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검찰이 주도한 외화도피범 색출은 거의 제보에 의존해 왔다.

관련자료도 재정경제부 법무부 금융기관 등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어 수사의
효율성이 떨어졌었다.

그러나 이제부턴 관세청에 외환거래 자료가 집중되고 수사권한이 강화돼
외환사범을 보다 과학적이고 조직적으로 적발할 수 있게 된다.

외환자유화 시대에 관세청이 새로운 "외환 경찰"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 어떻게 수사하나 =관세청의 외환사범 수사는 우선 수출입 거래 내역을
조사하면서 부터 시작된다.

통관된 물품의 품목과 수량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대금이 오고 간 것이
잡히면 관세청은 일단 내사에 착수한다.

수출입 대금이 얼마나 지불됐는지는 외국환은행의 자료를 제출받아 대조
한다.

또 관세청내에 축적된 세관 통관관자료 등도 참고가 된다.

이런 기초 조사를 토대로 혐의가 포착되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다.

관세청은 이때부터 사건의 성격에 따라 검찰에 의뢰해 합동수사를 벌일
수도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기업들이 외화를 밀반출할때 수출입거래 속에 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1차적으로 통관자료와 외환거래 자료를 대조하면
웬만한 외화도피는 눈에 보인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또 수출입거래 외에도 자본거래를 위한 외화유출입이나 개인이
외화를 소지하고 출국하는 경우에도 검사를 강화해 외화도피의 "구멍"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 왜 관세청에서 하나 =정부가 관세청의 외환수사권한을 대폭 강화한
것은 무엇보다 수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외환사범 수사는 검찰과 경찰이 중심이 됐었다.

통관과 외환관련 자료가 없는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맡다보니 제보와 신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외화도피 적발은 간헐적이고 실적은 저조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외화도피의 핵심 루트인 세관을 잡고 있는 관세청을 이용하면
외화도피를 보다 쉽게 잡아낼 수 있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관계자는 "관세청은 통관자료를 가장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인력을
갖고 있다"며 "이곳에 외환거래 자료가 모아지면 어느 기관보다 외화밀반출
을 쉽게 잡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오는 4월부터 외환거래 자유화가 확대되면서 일정액(현재는 1만달러)
이상의 외화를 들고 해외로 나가는 경우엔 관세청에 반드시 통보토록 돼
있는 규정이 강화된다.

따라서 수출입 거래외에 일반적인 외화유출입을 체크하는 데도 관세청이
적임인 셈이다.

이강연 관세청 차장은 "앞으로 재경부 법무부 등 관계기관들과의 공조체제
가 관건"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관세청이 외환사범 종합수사기관의
역할을 하려면 제도적 장치뿐 아니라 관계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