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마침내 모니카 르윈스키의 악몽에서 벗어났다.

배심원(상원의원)들의 결정방향은 확실하다.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씌워진 위증과 사법방해의 두가지 죄목 모두에 대해
무죄를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르윈스키 사건이 미국 사회에 남긴 정치.사회.교육적 상처와 잔상은 매우
깊고 광범위하다.

성과 가족, 지도자의 도덕성과 정치, 그리고 민주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원칙과 현실사이의 균형감각 등 두고두고 반추해 볼만한 것들이 충분하게
깔려있는 사건이었다.

무엇보다 탄핵과 재판과정 내내 일관된 흐름이 있었다면 그것은 "국민의 힘
(People''s Power)"이 얼마나 강한가를 계속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이다.

클린턴의 조심스럽지 못한 태도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은 미국인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클린턴의 사생활일 뿐 더이상 정치의제가 되는 것은 곤란하
다는 게 미국인들의 생각이었다.

사건의 특성상 조속한 시일내에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희망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공화당 검사들의 전략적 실수는 이같은 국민적 여망을 무시한 데서부터
비롯됐다.

정치적 첫 단추를 잘못 낀 것이다.

깨달은 즉시 이를 시정했더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공화당은 아집과 자존심을 버리지 않았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원칙고수와 정치적 증오에 스스로를 묶어놓고 국민의
목소리와 현실적 계산을 소홀히 했다.

국민적 의사를 무시한 공화당의 손에 쥐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의 패배였다.

이제는 2000년 선거까지 걱정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에 빠져있다.

때맞춰 한국도 말 많던 외환위기 원인규명 청문회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외환위기는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할 사안일 뿐 아니라 철 지난 "뒷북"에
불과하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었다.

굳이 꼭 해야겠다면 마녀사냥식 청문회보다는 정책청문회가 돼야 한다는
희망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의 예상대로 경제청문회는 반쪽 청문회가 됐을 뿐 아니라 외환
위기와는 상관없는 대통령의 비자금이나 들추어내는 수준이하의 정치 쇼가
되고 말았다.

미국 공화당이 강행한 탄핵과 재판, 그리고 한국의 외환위기 청문회는 묘한
시기에 묘한 모습의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