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전문가들은 샤넬을 빼놓고 20세기 패션사를 논할 수 없다고 말한다.

몸에 꽉 조이는 답답한 코르셋에서 여성들을 해방시켰으며 이전까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패션의 개념을 대중화하는 등 현대 여성복의
기초를 만들었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릎 바로 아래 길이의 치마선을 샤넬라인, 실용적인 포켓의
트위드 재킷은 샤넬 재킷이라 부른다.

탄생후 60여년간 샤넬이 브랜드가 아니라 스타일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샤넬의 창시자인 가브리엘 보네르 샤넬은 고아원과 수녀원을 전전하는등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이런 그가 사교계의 여왕으로 변신하게된 것은 부르주아인 젊은
보병장교를 만나면서부터다.

이후에도 그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줄 거부및 유명 예술가들과의 만남을
이어갔다.

샤넬은 남성복에서 빌려온 디자인으로 여성적인 스타일을 창조해 낸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 활동적인 샤넬스타일이 여성들에게 자유를 가져다 준 셈이다.

샤넬은 여성들에게 남성 승마복과 같은 바지나 스포티한 코트, 편안한
여성정장 등을 입혔다.

당시로서는 의류혁명이라 불릴만큼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샤넬의 또다른 공로는 토털 패션의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메이크업에서 향수 액세서리 드레스에 이르기까지 샤넬은 여성의 외모를
완벽하게 장악하고자 했다.

지난 71년 그녀가 죽은 이후에도 이 브랜드에 대한 여성들의 신뢰는 식을줄
모른다.

잠자리에 무엇을 입느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샤넬 N 5"라고 대답한
마릴린 먼로의 에피소드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샤넬 향수만 뿌리고
자는게 그녀의 버릇이었다)

지금의 샤넬 하우스는 2명의 거장이 지키고 있다.

83년부터 패션 디자인을 맡은 칼 라거펠트는 샤넬의 정통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다.

또 다른 거장은 향수병과 포장 심벌을 디자인하는 자크 엘루.

그는 디자인계에서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코코, 에고이스트등의 향수병과
체인 시계줄로 유명한 샤넬 시계를 디자인한 장본인이다.

"패션은 지나가도 스타일은 남는다"는 창업자의 신념이 지금도 살아있는
것이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