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섭 경실련 정책위의장(숭실대교수)과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참고인으로 초청해 진행된 11일의 경제청문회에서 특위위원들과 참고인들은
환란의 근본적 원인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국가경영의 틀인 시스템의 부실과 관치경제의 폐해가 환란의
근본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두 경제전문가의 답변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 이성섭 경실련 정책위의장 = 환란의 원인은 두가지다.

하나는 97년부터 본격화된 국제 금융시장의 위기다.

또 다른 하나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요인이다.

이미 94년부터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면서 위기의 가능성이 잉태됐다.

경상수지 적자를 축소할 만한 적절한 대책이 없었다.

특히 국가운영의 틀인 사회.경제 시스템의 미비는 환란의 근본적인
요인이다.

뿌리깊은 관치주의로 민간부문은 자기책임하에 의사결정을 하지 못했고
결국 금융시장과 자본 및 외환시장의 선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관치주의는 행정의 재량에 의해 움직여지는 체제다.

지금까지 정부는 전략을 직접 수립해 집행하는 축구팀의 감독같은 역할을
했다.

준칙을 만들어 놓고 모든 경제 주체들이 일정한 준칙만 지키면서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는 축구경기의 심판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 같은 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되 기타 재량
으로 움직이는 정부 부처들은 축소.폐지해야 한다.

<>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 일반적으로 외환위기는 정부의 정책적
실패나 우리 경제의 구조적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외환의 초과수요에 대해 공급이 못미쳤기 때문에
환란이 발생했다고 본다.

지난 97년 하반기에 외환 수요가 늘어났던 것은 대외부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인의 직접 투자보다 해외 차입에 의존한 경제개발 전략에서
기인한다.

또 자본자유화가 급속히 진행됐지만 적절한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지나치게 은행과 기업의 보호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민간부문이
스스로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 현상도 나타났다.

경제 불황국면에서 경상적자가 크게 늘어났지만 정부는 물가불안을 이유로
환율절하 등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정부가 마음대로 환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시장 수급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금융경색 현상을 완화해주고 과거 관치경제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국민의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