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대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을 주식으로 바꾸는 방안(출자전환)은 회복
기미를 보이는 한국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악수가 될 것이란 주장이 노무라
연구소에서 나왔다.

이는 금융감독위원회가 5대그룹 주력사와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에
대해 은행 대출금 일부를 출자로 전환하려는 구상을 깎아내리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지사의 김광수 경영컨설팅실장은 11일 "한국경제
동향 분석" 보고서에서 대출금 출자전환은 대기업 금융비용을 줄이고 소유
구조를 개혁한다는 장점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의 부작용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출자전환은 기업의 부실을 공공성이 강한 은행에 떠넘기는 셈이라며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기업 과실을 보전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결과로 은행이 부실해질 경우 파장은 몇몇 대기업의 부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라는게 그의 견해다.

또 은행이 전환주식을 다시 주식시장에 내다팔 경우 국내 증시가 이를
원활히 소화해 내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미국이나 WTO(세계무역기구) 및 IMF(국제통화기금)등이 대출금
출자전환을 부당한 정부보조금 지원행위로 보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았다.

김 실장은 "대출금 출자전환은 일개 민간기업의 문제를 공공의 문제로
비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일본의 상호출자 해소방안등 대기업
소유구조 문제를 풀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무라 연구소는 은행 대출금리와 회사채 금리의 역전현상이 심화
되면서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권을 벗어나 직접금융시장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방치할 경우 은행의 법인영업은 붕괴되고 말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로 대기업의 은행 대출금리는 11~15%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증권
시장에서 회사채 발행금리는 7~8%로 급락했다.

이에따라 지난해 10월 현재 대기업의 은행차입은 4조5천억원 줄어든데 비해
회사채 발행규모는 25조7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연구소측은 집계했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