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연휴 극장가는 한국영화의 격전장이 될 것 같다.

"쉬리"같은 액션물에서부터 "화이트 발렌타인" "연풍연가" 등 로맨스물,
만화영화 "철인사천왕"까지 5편의 한국영화가 격돌한다.

이에 맞서 "씬 레드 라인" "빅타임" 등 만만치 않은 외국영화들도 개봉된다.

설은 극장가 최대의 대목인데다 올해엔 4일간의 황금연휴가 이어져 무려
10여편의 신작이 관객끌기 경쟁에 나섰다.

개봉작들을 장르별로 소개한다.

<>액션 =설 극장가 최대의 관심은 역시 "쉬리"다.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등 "넘버3" 삼총사에 신인 김윤진이 합세, 화려한
배역만으로도 눈길을 끌만 하다.

여기에 국내 영화사상 최대 규모인 27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하고 "한국형
액션 블록버스터"란 구호를 내세웠다.

감독은 "은행나무침대"의 강제규.

액체폭탄 CTX를 탈취하려는 남.북 특수기관 사이의 대결을 중심축으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를 가미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특수요원들의 훈련장면, 할리우드영화를 방불케 하는
총격전, 여성 킬러 등 돈을 들인만큼 화면도 윤기가 난다.

말을 더듬는 연기로 인기를 끌었던 송강호가 무뚝뚝한 특수요원으로 변신한
것도 재미있다.

홍콩영화 "빅타임"의 주인공은 액션스타 성룡.

그러나 이번엔 경찰이 아니라 돈많은 플레이보이로 나온다.

초창기 성룡의 코믹하고 인간적인 모습이 다시 살아났다는 평을 듣고 있다.

양조위 서기 주환건 등 잘나가는 홍콩배우들이 함께 출연했다.

위험하고 스릴있는 사랑을 즐기는 자오(성룡),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홍콩으로 건너온 부(서기), 동성연애자 알버트(양조위) 등이 벌이는
사랑과 액션이 볼거리다.

"씬 레드 라인"은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일본군이 점령하고 있던
과달콰날섬을 탈환하려는 미군 작전을 그린 전쟁영화.

아름다운 자연과 천진한 원주민을 배경으로 전쟁의 광기를 담았다.

닉 놀테, 존 트래볼타, 벤 채플린, 우디 해럴슨, 조지 클루니, 존 쿠삭 등
할리우드의 인기배우들이 총동원됐다.

<>로맨스 ="편지" "약속" 등을 통해 멜로배우로 떠오른 박신양.

그가 CF모델 출신의 신예 전지현과 함께 "화이트 발렌타인"에서 트레이드
마크격인 "지독한 사랑"을 다시 보여준다.

동화속에나 나올 법한 아담한 마을과 원색으로 처리된 영상이 깔끔한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아든것 같은 느낌을 준다.

교통사고로 애인을 잃은 현준(박신양)은 외환딜러란 직업을 버리고 이
마을에서 "새 가게"를 차린다.

죽은 애인을 잊지 못하던 그는 비둘기 다리에 편지를 적어보낸다.

이 비둘기가 우연히 정민(전지현)의 다락방으로 날아들고 편지를 주고받는
두사람에겐 조금씩 사랑이 스며든다.

비둘기, 눈, 서점 등 감성적인 소재와 간결미를 강조한 영상이 참신하다.

"연풍연가"는 화제작 "접속"팀이 다시 모여 만든 작품.

당시 장윤현 감독이 기획을 맡고 조감독이던 박대영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시나리오를 썼던 조명주씨가 각본을 맡았다.

장동건과 고소영이 주인공.

제주도를 배경으로 대도시 샐러리맨과 여행가이드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발 킬머와 미라 소르비노가 주연한 "사랑이 머무는 풍경"은 어릴때 시력을
잃었다가 다시 눈을 뜨게 된 안마사가 주인공.

발 킬머가 자기만의 암흑세계에 묻혀 사는 안마사 버질로, 소르비노가
그에게 개안수술을 권하는 커리어우먼 에이미로 나온다.

버질은 결국 시력을 찾지만 눈에 보이는 세상과 자신을 조화시키지 못해
갈등을 일으킨다.

<>문학과 영화의 만남 ="마요네즈"와 "닥터 지바고"가 맞대결을 벌인다.

두 작품 모두 소설이 먼저 인기를 얻은 후 영화로 만들어졌다.

한국영화 "마요네즈"는 엄마와 딸의 갈등을 소재로 만든 작품.

전혜성의 소설이 인기를 끌며 연극으로 공연됐고 노동영화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던 윤인호 감독이 이를 다시 영상으로 옮겼다.

아이를 키우며 남의 자서전을 대필해주는 딸.

철따라 새옷을 맞춰입고 록 허드슨의 연기에 감동하는 "철없는" 엄마.

두사람은 사사건건 충돌하고 상처를 입힌다.

딸은 아버지를 푸대접하던 엄마의 기억에 괴로워하고 엄마는 불행했던
결혼생활 탓이라고 항변한다.

자칫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묻어버릴 수 있는 가족간의 갈등을 드러내고
진정한 화합을 찾으려 한 작품.

"한국의 어머니"라는 김혜자가 엄마역으로, 최진실이 성년의 딸로 나온다.

"닥터 지바고"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영화사에서는 "고전"으로
분류되는 작품이다.

30여년전의 작품이지만 아직도 라디오의 영화음악코너에서 주제곡인 "라라의
테마"를 심심찮게 들을 정도다.

이번에 상영되는 필름은 94년에 복원된 상영시간 3시간17분의 완전판이다.

<>공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바닷가를 배경으로 고교생들과 갈고리
살인마의 사투를 그렸던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의
속편이 개봉된다.

신작은 제목에 "아직도"라는 한마디를 재치있게 첨가하고 배경을 바하마섬
으로 옮겨 좀 더 코믹하면서도 전형적인 공포물로 탄생됐다.

전편에서 살아남은 줄리와 레이외에 칼라와 타이렐이란 흑인친구들, 그리고
줄리를 좋아하는 윌이 여행에 가세한다.

천국같던 섬은 태풍에 휩싸이고 드디어 갈고리 살인마 벤이 등장, 피의 향연
이 시작된다.

미국 10대들의 힙합문화를 엿볼 수 있는 의상과 풍습들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만화 ="철인사천왕"이 기다리고 있다.

"로봇 태권브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일으킬 만한 만화영화.

줄거리는 손오공과 요괴들의 싸움을 담은 "서유기"와 흡사하다.

삼장법사에 의해 가둬졌던 요괴 로봇들이 봉인을 풀고 나오자 철인사천왕이
이들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영화만 보고는 줄거리를 짐작하기가 어렵다.

짧은 상영시간을 자동차경주와 로봇들의 싸움이 대부분 차지해 전체적인
이야기를 조망할 기회가 별로 없다.

"철인사천왕"은 26부작 TV만화영화로도 만들어져 SBS를 통해 방영될
예정인데 극장판은 방송용의 첫회쯤에 더 어울린다.

국내 처음으로 시도되는 디지틀 영상은 관심거리.

삼차원(3D)로 만들어진 로봇들의 모습이 어린이층을 얼마나 끌어모을지
주목된다.

< 이영훈 기자 br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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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휴 극장가 ]

<> ''철인사천왕''
- 국도 : 2266-1444
- 씨네하우스예술관 : 515-8176

<> ''사랑이 머무는 풍경''
- 단성사 : 764-3745
- 롯데월드예술 : 411-4343
- 반포시네마 : 3476-5000

<> ''빅타임''
- 대한 : 2278-8171
- 동아 : 552-6111
- 영화나라 : 715-4551

<> ''나는 아직도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 명보프라자 : 2274-2121
- 코리아 : 776-4273
- 시네마천국 : 517-0722
- 씨네맥스 : 594-8556

<> ''쉬리''
- 서울 : 2277-3011
- 신영 : 392-3149
- 롯데월드 1 : 417-0211
- 씨넥스 : 728-4562
- 씨네코아 : 2285-2090
- 씨네플러스 : 546-8491
- 계몽아트홀 : 559-5231

<> ''마요네즈''
- 씨네하우스 : 544-7171
- 녹색 : 393-5274
- 동숭시네마텍 : 741-3391

<> ''연풍연가''
- 중앙 : 776-7004
- 피카디리 : 765-2245

<> ''화이트발렌타인''
- 그랑프리 : 518-9091
- 그랜드시네마 : 332-5107

<> ''씬레드라인''
- 명보프라자 : 2274-2121

<> ''닥터지바고''
- 스카라 : 2266-6303

* 서울시극장협회 제공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