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저널] 미국 무역이념 '겉과 속'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국은 자유주의 무역국가인가.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것이 워싱턴 소재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의
분석이다.
미국 의회의 지난 회기(105차)중 발의된 15건의 무역법안에 대해
각 의원들이 어떤 입장을 취했는 가를 분석한 최근의 카토보고서는 5백35명의
상하의원중 7%에 불과한 37명만이 "무역장벽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유주의자 들로 분류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무역장벽을 설치하자는 보호주의적 목적으로 발의된
이들 15건의 법안에 대해 7번 이상 반대한 "자유무역주의 신봉자"는 필립
크레인(공화.일리노이) 톰 캠벨(공화.캘리포니아)등 25명의 하원의원과 샘
브라운백(공화.캔사스)등 12명의 상원의원 뿐이었다.
9번이상 반대한 진정한 의미의 "자유무역주의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는 미국의 대외무역 원칙과 방향을 설정하는 의회가 겉으로는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무역현안이 선거구민의 이해나 정치적
역학관계와 맞물리게 되면 "자유주의"는 공염불이 돼 버리고 보호무역주의적
성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현실은 최근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철강 수입규제 움직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의 지난해 철강수입은 97년에 비해 27% 증가했다.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무려 1백48%나 늘어났으며 한국(112%) 우크라이나
(74%) 러시아(37%)등으로부터의 수입도 현저한 증가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3억t이나 되는 전세계 공급과잉과 5백50만t에 이르는 미국시장의
공급부족이 빚어낸 결과이기도 하지만 아시아제국의 환율절하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대한 워싱턴의 반응은 민감하다.
오하이오주 출신의 봅 네이의원은 1월20일자 워싱턴 포스트에 "배반당한
철강노동자들"이라는 기고문을 게재하고 "클린턴행정부가 다른 나라의
이익을 보호하는 한편 국제기구의 영향력에 밀려 미국의 중산층을 팔아먹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92년 대선유세에서 "덤핑과 보조금 지급을 일삼는 외국
철강회사들이 미국땅에 발을 못붙이게 하겠다"고 한 빌 클린턴의 선거공약을
들먹이며 "철강노동자들의 권익이 탄핵재판의 그늘에 파묻힌 채 철강산업이
위기의 질곡에서 허덕이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같은 보호무역주의에 기름이라도 부으려는 듯, 워싱턴의 경제전략연구소
(ESI)는 지난 8일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등이 부과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향후 10년간 출하감소(3백억달러)와 고용감소(2만1천명), 임금감소(15억달러)
등의 경제적 손실을 면키 어렵다고 주장했다.
철강업계의 비판이 거세지자 클린턴은 손실을 보고 있는 철강회사들에
대한 세금감면과 실직 근로자들에 대한 금융지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연두교서에서도 일본을 지목해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행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철강업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클린턴의 대안은 철강노동자들을 실업전선으로 내모는 급행열차표와
다름없다는 게 전미철강노조 위원장인 조지 베커의 입장이다.
철강자유노조의 마크 글립티스 위원장도 "백악관의 대안은 오하이오
밸리(철강단지)를 병든 산업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단지로 바꿔 놓으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극렬히 비판했다.
하지만 자유무역주의를 주창하는 학계 연구소등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비판 또한 만만치 않다.
카토연구소의 다니엘 그리스월드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이미 2백%에
이르는 소급적 반덤핑관세 적용 위협에 밀려 대미철강수출을 중단한 상태며
이같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는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을 증가시킬
뿐이다"고 비판하고 있다.
"쿼터나 관세부과등은 철강이라는 고용인구 20만도 되지 않는 퇴출대상
이익집단을 보호할 뿐"이라는 게 자유무역주의자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지구촌이 국경없는 경제권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고임금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미국 철강기업들이 퇴출당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미국 일반제조업근로자들의 주당 편균임금은 97년 기준
5백53달러인 반면 미국 철강근로자들의 주급은 현저히 높아 8백10달러에
이르고 있다.
한국(2백달러)이나 중국(30달러)과는 비교도 안된다.
미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이 없어진 이유는 이로써 자명하다.
남에게 보호주의를 채택하지 말라고 강요하고 있는 미국이 퇴출대상
산업의 정치적 영향력을 의식, 스스로 보호주의를 택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주장이다.
이념적 일관성이야 어찌됐건 국제질서의 현실은 미국의 의지에 따라 콩이
팥이 되기도 하고 팥이 콩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약자인 우리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수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때맞춰 오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일본 러시아 브라질의
철강제품에 대한 잠정적 반덤핑관세 부과를 결정, 발표할 예정이다.
그 자세한 내용이 어떤 것인 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1일자 ).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것이 워싱턴 소재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의
분석이다.
미국 의회의 지난 회기(105차)중 발의된 15건의 무역법안에 대해
각 의원들이 어떤 입장을 취했는 가를 분석한 최근의 카토보고서는 5백35명의
상하의원중 7%에 불과한 37명만이 "무역장벽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유주의자 들로 분류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무역장벽을 설치하자는 보호주의적 목적으로 발의된
이들 15건의 법안에 대해 7번 이상 반대한 "자유무역주의 신봉자"는 필립
크레인(공화.일리노이) 톰 캠벨(공화.캘리포니아)등 25명의 하원의원과 샘
브라운백(공화.캔사스)등 12명의 상원의원 뿐이었다.
9번이상 반대한 진정한 의미의 "자유무역주의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는 미국의 대외무역 원칙과 방향을 설정하는 의회가 겉으로는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무역현안이 선거구민의 이해나 정치적
역학관계와 맞물리게 되면 "자유주의"는 공염불이 돼 버리고 보호무역주의적
성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현실은 최근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철강 수입규제 움직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의 지난해 철강수입은 97년에 비해 27% 증가했다.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무려 1백48%나 늘어났으며 한국(112%) 우크라이나
(74%) 러시아(37%)등으로부터의 수입도 현저한 증가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3억t이나 되는 전세계 공급과잉과 5백50만t에 이르는 미국시장의
공급부족이 빚어낸 결과이기도 하지만 아시아제국의 환율절하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대한 워싱턴의 반응은 민감하다.
오하이오주 출신의 봅 네이의원은 1월20일자 워싱턴 포스트에 "배반당한
철강노동자들"이라는 기고문을 게재하고 "클린턴행정부가 다른 나라의
이익을 보호하는 한편 국제기구의 영향력에 밀려 미국의 중산층을 팔아먹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92년 대선유세에서 "덤핑과 보조금 지급을 일삼는 외국
철강회사들이 미국땅에 발을 못붙이게 하겠다"고 한 빌 클린턴의 선거공약을
들먹이며 "철강노동자들의 권익이 탄핵재판의 그늘에 파묻힌 채 철강산업이
위기의 질곡에서 허덕이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같은 보호무역주의에 기름이라도 부으려는 듯, 워싱턴의 경제전략연구소
(ESI)는 지난 8일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등이 부과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향후 10년간 출하감소(3백억달러)와 고용감소(2만1천명), 임금감소(15억달러)
등의 경제적 손실을 면키 어렵다고 주장했다.
철강업계의 비판이 거세지자 클린턴은 손실을 보고 있는 철강회사들에
대한 세금감면과 실직 근로자들에 대한 금융지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연두교서에서도 일본을 지목해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행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철강업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클린턴의 대안은 철강노동자들을 실업전선으로 내모는 급행열차표와
다름없다는 게 전미철강노조 위원장인 조지 베커의 입장이다.
철강자유노조의 마크 글립티스 위원장도 "백악관의 대안은 오하이오
밸리(철강단지)를 병든 산업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단지로 바꿔 놓으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극렬히 비판했다.
하지만 자유무역주의를 주창하는 학계 연구소등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비판 또한 만만치 않다.
카토연구소의 다니엘 그리스월드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이미 2백%에
이르는 소급적 반덤핑관세 적용 위협에 밀려 대미철강수출을 중단한 상태며
이같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는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을 증가시킬
뿐이다"고 비판하고 있다.
"쿼터나 관세부과등은 철강이라는 고용인구 20만도 되지 않는 퇴출대상
이익집단을 보호할 뿐"이라는 게 자유무역주의자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지구촌이 국경없는 경제권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고임금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미국 철강기업들이 퇴출당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미국 일반제조업근로자들의 주당 편균임금은 97년 기준
5백53달러인 반면 미국 철강근로자들의 주급은 현저히 높아 8백10달러에
이르고 있다.
한국(2백달러)이나 중국(30달러)과는 비교도 안된다.
미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이 없어진 이유는 이로써 자명하다.
남에게 보호주의를 채택하지 말라고 강요하고 있는 미국이 퇴출대상
산업의 정치적 영향력을 의식, 스스로 보호주의를 택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주장이다.
이념적 일관성이야 어찌됐건 국제질서의 현실은 미국의 의지에 따라 콩이
팥이 되기도 하고 팥이 콩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약자인 우리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수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때맞춰 오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일본 러시아 브라질의
철강제품에 대한 잠정적 반덤핑관세 부과를 결정, 발표할 예정이다.
그 자세한 내용이 어떤 것인 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