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호 < OECD대표부 1등서기관 >

"국제상거래에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공여금지협약"이 2월15일
발효된다.

이 협약은 OECD에서 채택되었지만 OECD 비회원국에도 가입이 개방되어
있다.

뇌물공여금지협약은 국제상거래에 있어 직접 또는 중개인을 통해
외국공무원에게 부당한 보수나 여타 이익을 제공 제의 약속하는 모든 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또 뇌물을 제공한 자연인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책임이 있는 법인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규제대상이 되는 뇌물공여의 대상은 외국공무원에 한정되는데 외국공무원
범주에는 외국의 입법 행정 사법상의 임명 또는 선출직위를 가진 자뿐만
아니라 외국의 공공기관 공기업 및 국제기구를 위하여 공공기능을 행사하는
자로 정의되어 그 범위가 매우 넓다.

부패방지논의는 OECD외에 유엔 WTO 세계은행 등에서도 전개되고 있지만
OECD는 특히 지난 94년5월 "국제상거래 뇌물방지권고"를 채택함으로써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공여를 억제하는 최초의 국제합의를 도출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사실 미국이 뇌물금지협약 제정을 적극 추진한 것도 세계시장에서
주요경쟁자이며 또한 주요 뇌물제공자인 유럽기업들을 겨냥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1997년 5월 OECD 이사회에서 뇌물공여에 대한 형사처벌협약을 만들기로
합의하는 데는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미국은 회원국의 형법체계등이 달라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을 마련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즉각적인 이행이 가능한 "권고"방식을
선호했었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는 "권고"는 국회의 동의를 받기가 어렵고
회원국간에 일치된 이행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OECD사무총장은 양측의 주장을 모두 감안하여, 각국이 형사처벌입법안을
작년 4월 1일까지 국회에 제출토록 권고하는 동시에 작년말 발효를 목표로
다자협약 협상을 개시토록 결정하는 절충안을 제시하였다.

결국 OECD 이사회는 이 절충안을 수락했고 회원국들은 지난 97년 7월부터
11월까지 3차례 협상회의를 갖고 11월 20일 협약안에 최종합의를 보았던
것이다.

공무원 범위 역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은 외국공무원의 범위에 정당인 및 공직 후보자를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였으나 여타 많은 국가들이 국내 뇌물죄에서 정당인 및 공직후보자를
공무원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내 뇌물죄와의 형평상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대입장을 보였다.

결국 이 문제는 향후 논의키로 합의한 바 있었다.

현재 OECD는 이 문제를 중점 논의하고 있는데 특히 미국측의 공세가
적극적이다.

미국측은 그 근거로 외국정당이나 공직후보자에 대한 독일 프랑스 이태리
등 유럽기업들의 뇌물 사례를 수집해 회의문서로 배부하는등 적극적인
자세다.

어떻든 우리로서는 뇌물수령인의 범위 확대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 협약의 국내이행법인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을 작년 12월 제정했고 오는 2월 15일 협약발효와 동시에
시행하게 되어있다.

우리나라는 현행 형사법령의 단순 개정만으로는 법인의 형사처벌 등을
규정하고 있는 협약내용 수용이 불가능하여 형사특별법을 제정하게 되었다.

이 이행법은 국제상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외국공무원등에게 뇌물을 약속.공여하거나 공여의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법인의 대표자나
대리인.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동 죄를 범한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에 대하여도 10억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OECD는 2000년 이후부터 각국 이행법의 실제적용결과를 검토하게
되며, 이를 위해 사무국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국별 현장방문도 실시될
예정이다.

이에 대한 준비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투명한 이행법 집행,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공여범죄의 철저한 수사, 필요시 국제사법공조 활용 및 관련
기록을 철저하게 유지하는등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협약은 기업들이 외국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기 위해 허위장부
작성등 회계부정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이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우리 기업들도 본사와 지사의 입출금된 모든 금액의 정확한
기록을 유지하도록 하고 장부외 거래구좌를 만들지 않는 등 기업회계기준을
한층 강화해야할 것이다.

이 협약은 해외영업활동을 하는 각국의 기업들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 기업들도 해외건설분야 등 뇌물수수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에서 입찰수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선진국 뿐 아니라 OECD 비회원국인 중국 동남아 개도국들과 같이
경쟁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동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제부패방지라는 도덕적 명제에 동참함으로써
신뢰도를 제고시키고 우리 기업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시키게 되어 보다 큰
득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