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IMF 환란조사 특위"는 8일 김영삼 전대통령을 증인으로 불러 외환위기
원인과 대처 과정에서의 문제점, 대선자금 수수의혹 등에 대한 증언을 들을
예정이었으나 김 전대통령의 출석거부로 무산됐다.

특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속개, 김 전대통령의 출석을 기다렸으나 김 전
대통령은 측근들과 함께 산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장재식 특위위원장과 국민회의 자민련 양당 간사들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김 전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으나 김 전
대통령의 산행 소식을 전해듣고 방문하지 않았다.

김 전대통령은 이에 앞서 특위위원들의 방문계획에 대해 "만날 필요가 없고,
만날 이유도 없다"며 면담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위는 김 전대통령이 청문회 증인출석 요구에 불응함에 따라 오는 13일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김 전대통령을 고발키로
했다.

여권은 그러나 김 전대통령을 사법처리하지는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는 이와 함께 한보사태 및 PCS 인.허가 비리 의혹과 관련, 증인신문에
대한 동행명령을 거부한 김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와 김기섭 전안기부 운영
차장, 홍인길 전청와대 총무수석, 박태중 전 심우대표 등 4명에 대해서도
고발키로 했다.

이날 자민련 김칠환 의원은 "김 전대통령이 특위에 출석하지 않는 한
청문회가 무의미하다"며 위원직을 사임했다.

다른 위원들도 하나같이 "국민 대다수가 요구하고 있는 청문회 출석과
증언을 외면한 채 어떻게 등산을 갈 수 있는가"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은 "김 전대통령이 등산을 갔다고 하는 것이
잘못 전달된 얘기로 믿고 싶다"면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민족의 지도자로서
오후에라도 출석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거듭 출석 증언을 촉구했다.

특위는 9일부터 3일간 강경식 전부총리, 김인호 전청와대경제수석, 이경식
전한은총재 등과 김상우 금융감독원기획조정국장 등 이른바 "사직동팀"을
증인으로 재소환해 1차 증인신문 결과를 토대로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2차신문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정태수 전한보총회장은 9일까지 한보사태와 관련한 서면답변서를
제출할 예정이어서 그가 김 전대통령에게 제공했다고 시인한 150억원 외에
추가로 대선자금을 제공했는지의 여부와 정치권 로비내역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질지 주목된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9일자 ).